필사

취미의 기준

by 행복한 책

아무런 취미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

일과 사람에 지쳐 잠시나마 이를 잊기 위해 많은 취미를 찾아 헤맨 때가 있었다.

한 가지 취미에 정착하기 어려웠던 것은 취미에 대한 나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취미란 누구의 강요나, 취미 활동하는데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해야 하는 일이며, 기분전환, 일상에 대한 치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나만의 조건이 있었다. 이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는 취미를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억지 취미는 쉽게 지치는 법이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필사를 취미로 삼게 되었다.

윤동주, 이육사, 백석, 한용운, 헤밍웨이, 톨스토이 등 좋아하는 작가의 글들을 신나게 옮겨 적었다.

필사를 하면서 잠시나마 난 그들이 될 수 있었다.


노트와 펜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익숙해진 요즘 손 글씨 필사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사한다.

필사를 하며 마시는 커피 한잔과 이 아날로그 감성의 조합은 참으로 찰떡궁합이다.


'서걱서걱' 종이 위의 펜 소리는 필사의 맛을 더한다.

나는 식구들이 잠에서 깨지 않은 이른 아침이나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필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책상 위 스탠드의 작은 빛에 의지한 채 '서걱서걱' 펜 움직이는 소리만 들릴 때면, 그 공간은 나만의 우주가 된다. 고요하다.


오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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