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체크리스트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저도 모르지만,
괜찮은 글을 쓰는 방법은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
글 쓰는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번 좋은 글을 쓰진 못해도 월급루팡은 되지 않으려 노력 중이에요. 그렇게 5년을 채우니 가끔은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까' 질문을 받을 때도 있네요.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 있다면 저부터 알고 싶지만! 계속 쓰다 보니 '이렇게 쓰면 괜찮은 글이 나올 확률은 높아지겠는데?' 싶은 것들은 몇 가지 있어요. 이미 잘 쓰는 분들에게는 당연한 것들 뿐이지만, 앞으로 괜찮은 글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슬쩍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일 글을 쓴다면 ‘누가 내 글을 읽을지’ 고민하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글의 주제, 주제를 풀어가는 방법, 분량, 흐름, 문체 등등이 다 예상 독자로부터 정해지거든요.
글을 쓰다 보면 ‘이 문장이 이상한가?’ 고민하며 고칠 일이 참 많습니다. 좋은 문장을 쓰는 것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문장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이 없는 글이라면 읽는 사람이 허무하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쓰는 정보성 글이라면 더더욱요. 전체 흐름이 매끄러운지, 필요한 이야기는 적재적소에 들어있는지를 문장보다 먼저 살펴야 합니다. 문장은 글을 다 쓴 다음 손봐도 늦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왔는데 전체적인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그 문장은 빼야 합니다. 우리가 글을 평생 한 편만 쓸 게 아니잖아요. 그 문장에 어울리는 글은 다음에 쓰면 되죠! 어디 문장뿐이겠어요, 유용한 정보도 멋진 인용구도 이번 글과 맞지 않는다면 따로 저장해 두고 다음 기회를 노립시다.
취향의 영역이긴 하지만, 가독성이 좋은 글에 아무래도 눈이 더 가잖아요. 엔터를 두 번 쳐서 문단 사이에 공백을 만든다거나, 큰 덩어리마다 소제목을 넣어 주제를 잘 보이게 한다거나, 여러 명의 인터뷰이가 나오는 글이라면 이름마다 다른 색을 지정해 헷갈리지 않게 한다거나, 전문 용어를 설명할 때 이해를 돕는 시청각 자료를 넣는다거나.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그러다 좋은 방법이 떠오르걸랑 저도 알려주시고요.(♥)
동년배 사이에서 많이 쓰는 유행어라도 다른 세대에선 낯설 수 있습니다. 우리 업계에서 익숙한 용어가 다른 업계에선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일 수도 있고요. 비슷한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읽을 글이라면 문제없지만, 다양한 독자를 염두에 둔다면 그런 표현을 다듬어야 합니다.
- 6부터는 문장 이야기를 합니다! -
사람마다 말버릇이 있듯, 글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가 버릇처럼 나올 수 있습니다. 같은 단어가 자꾸 반복되면 글의 맛이 떨어집니다.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을 써 보면 어떨까요? 의심되는 단어가 있다면 ctrl+f(찾기)로 금방 발견할 수 있어요. 물론, 강조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쓰는 거라면 문제없습니다.
ex) 저는 자주 달리기를 합니다. 달릴 때마다 자주 숨이 찬데,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면 힘이 납니다.
→ 저는 자주 달리기를 합니다. 달릴 때 종종 숨이 찬데,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면 힘이 납니다.
ex2) 저는 이번 글에 '그치만'을 두 번 썼더라고요. 하나를 '그래도'로 바꿨습니다.
‘긴 문장을 쓰면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긴 문장이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성의 영역이죠. 문제는 긴 문장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을 때 생기는 게 아닐까요. 그런 문장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와 닿지 않더라고요. 한 문장엔 가급적 한 가지 이야기만 넣읍시다.
맞다, 그리고! 쉼표는 만능 접착제가 아닙니다. 쉼표를 두세 번씩 쓴다고 문장의 호흡이 매끄러워지는 건 아니에요.
ex) 어제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하수구에 빠진 머리카락이 너무 많길래 내가 요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구나 싶었다.
→ 어제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하수구에 빠진 머리카락이 너무 많았다. 내가 요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구나 싶었다.
표현 없는 딱딱한 글도 재미없지만, 꾸미는 말이 너~무 많으면 알맹이가 없는 글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ex) 가을이라 나무가 울긋불긋 물들어 화려하고 아름답고 시선을 빼앗는 매력이 있다.
→ 가을이라 울긋불긋 물든 화려한 나무가 시선을 빼앗는다.
접속사나 부사는 콜레스테롤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쓸 때 꼭 필요해요. 그치만 지나치면 문장을 해칩니다. 없어도 읽는 데 문제가 없다면 빼는 게 어떨까요?
ex) 친구와 한 시까지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지하철 타고 출발했더니 ‘아파서 못 갈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물론 아픈 건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 친구와 한 시까지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지하철 타고 출발했더니 ‘아파서 못 갈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아픈 건 당연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글을 다 쓰고 나면 꼭 맞춤법 검사를 하세요. 모든 맞춤법을 다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맛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더더욱요. 하지만 알고서 다르게 쓰는 것과 몰라서 틀리게 쓰는 건 별개의 이야기잖아요. 맞춤법이 틀리거나 오탈자가 있어서 글의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꼭 챙겨주세요!
PC로 쓴 글, 모바일이나 태블릿에서 보면 느낌이 또 다릅니다. 같은 글을 여러 번 보더라도 오탈자를 놓치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글의 모양, 문단의 생김이 익숙해지면서 실수를 잡아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해요. 조금이라도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글을 확인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예상 독자들이 모바일에서 글을 더 많이 확인한다 싶으시면 문단의 길이도 모바일에 최적화해 주시고요.
11가지 이야기 중에서 도움되는 게 한두 가지라도 있다면 좋겠습니다. 더하면 좋을 팁이 있다면 언제든 전해주세요. 저도 한참 배우는 중입니다.
더 괜찮은 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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