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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 Jan 03. 2019

스타트업 마케터가 사내행사 기획한 이야기

가성비 좋은 송년회 호다닥 A to Z

  스타트업에선 내가 담당한 일이 아닌데도 어느새 내 일이 되어 있을 때가 많아요. 많은 경험을 해본다는 건 장점인데 내 업무와 관련된 일만 하고 싶다면 단점입니다. 엄청 뻔한 이야기죠. 그치만 이렇게 첫 문장을 시작하지 않으면 제가 왜 회사 송년회를 담당하게 됐는지 설명할 수 없는걸요...!


  이 글을 읽는 당신, '마케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왠지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할 것 같고 일 벌이는 것 잘할 것 같다면 편견입니다. 그런 마케터 분들도 많겠지만 일단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저 되게 사람 없는 곳 좋아하는 방구석 잉여거든요. 근데 세상은 제가 천성 따라 편하게 살도록 두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콘텐츠 마케터/에디터로 회사 이름 걸고 나가는 대부분의 콘텐츠에 관여하다 보니까 발 담그고 있는 일이 이것저것 많네요. 새로 오신 분들께 선물하는 웰컴박스 제작 같은 것도 HR팀이 따로 없다 보니 제가 하고 있고요. 뭐 이런 건 할만해요. 제가 기획한 거니까 기획의도 제대로 담아서 콘텐츠로 내보내는 거 재밌거든요. 근데...


이번 송년회는 윤아님이 준비해 주시죠.


  어쩌다 보니 작년 연말엔 송년회까지 제 일이 되어버린 거 있죠. 아무리 20명 정도가 함께하는 소규모 사내행사라도 저는 행사 기획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장소 섭외부터 프로그램 기획, 진행까지 멘붕 아닌 게 없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주위 도움받아 잘 끝냈습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이만하면 선방한 게 아닐까 싶어 기억이 증발하기 전에 간단한 기록으로 송년회 진행과정을 남겨둡니다. 처음 사내행사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동지들과 올해 우리 옴니어스 송년회를 기획해 주실 누군가를 위한 좋은 자료가 되길 바랍니다:)




1. 준비를 함께할 TF팀 꾸리기


  규모가 작은 조직의 사내 행사라도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하긴 어렵습니다. 팀원분들 중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신지 찾아보고 섭외합시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흔쾌히 도와 주실 거예요. 메뉴 선정의 달인, 레크리에이션의 달인 등은 섭외 1순위입니다. 저는 재영님이 장소 섭외부터 메뉴 추천까지 전 과정을 함께해 주셔서 별도로 TF팀까진 만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행사 당일에 짐 나르는 걸 도와 주실 분, 음식이나 선물 등을 나누는 걸 도와 주실 분, 사진을 찍어 주실 분 등이 필요했었는데요. 행사 진행을 본인이 한다면 사진 찍을 카메라를 믿고 맡길 분이 꼭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세요.


2. 장소는 발품 팔아 제대로 섭외하기


  단체 예약이 가능한지, 대관료가 별도로 있는지, 있다면 시간당 비용이 얼마인지, 빔프로젝터 사용 가능한지, 외부음식 반입 가능한지, 쓰레기 등 뒷정리는 우리가 해야 하는지 가게에서 진행해 주는지 등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장소 섭외가 제일 어려웠어요. 팀원들끼리 오붓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개별 공간을 빌리려니 대관료만 50만 원을 달라는 곳도 있었고 인당 5만 원 이상 들어가는 코스 메뉴를 시켜야만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었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추가 비용 없이 예약 가능한 곳 많았지만 개별 공간이 보장되지 않은 곳이 많았고요.


  저희 송년회는 재영님이 운 좋게 동네 숨겨진 맛집을 알아봐 오셔서 거기서 진행했어요. 놀랍게도 네이버 검색에조차 나오지 않는 펍이었는데 대관료도 없었고 음식도 맛있었고 외부음식까지 반입 가능한 데다 드나드는 손님이 많지 않아 저희끼리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공간은 사실 발품을 팔수록 찾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3. 음식은 꼼꼼하게 다양하게


  해산물을 못 먹는 분, 돼지고기를 못 먹는 분,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분 등등.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생각지도 못한 팀원들의 음식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내 메신저에서 전체 공지로 미리 조사해보는 것이 좋아요. 저는 팀원분들 취향을 두루두루 알아서 그 부분은 큰 문제없을 줄 알았는데, 돼지고기를 못 드시는 분이 있는 걸 깜박하고 페퍼로니 피자만 시키려던 걸 재영님이 말리시더라고요. 치즈 피자보단 뭐라도 들어간 페퍼로니 피자를 사람들이 더 좋아하겠지 단순하게 생각한 거였는데 실수할 뻔. 



  그리고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한 곳이라면 생각보다 메뉴를 다양하게 준비해도 괜찮더라고요. 저희는 예약해둔 장소의 기본 메뉴가 식사로는 부족할 것 같아 사장님 양해를 구하고 치킨을 몇 마리 시켰습니다. 영주님 제안으로 구운 치킨, 튀긴 치킨을 적당히 섞어 시켰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어요. 재영님이 치킨만 시키기보다 와인이랑 같이 먹을 과일을 마련해보는 게 어떠냐고 의견 주셨는데 그 과일도 다들 맛있게 드셨고요. 과일은 좀 번거롭지 않나? 했는데 작은 컵에 소포장된 과일컵을 여기저기 팔더라고요. 개당 삼천 원이었는데 썩 괜찮았습니다.


4. 프로그램은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행사 따라 컨셉도 다르고 프로그램도 달라질 텐데요. 저희는 일 년 중 가장 훈훈해야 할 연말 시즌 송년회였던 만큼 오고 가는 정이 훈훈한 선물 주고받기를 메인으로 준비했습니다. 팀원 모두가 준비하는 마니또 선물, 회사에서 빵야빵야 쏘는 추첨 선물과 모든 팀원들을 위한 웰던키트 aka 답례품까지 총 세 가지 구성이었어요.



  마니또 선물은 송년회 2-3주 전 제비뽑기로 팀원 이름을 뽑아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2만 원 내에서 준비해오는 것이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어요! 몇 주 전 미리 선물 준비를 요청드린 만큼 팀원분들도 마니또에게 어울리는 선물이 뭘지 고민 많이 하셨고, 그 덕에 '왜 이 선물을 준비했는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훈훈해지는 알찬 시간이 되었습니다. 행사 기획자의 입장에선 날로 먹... 아니, 큰 고생 없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한 프로그램이었어요. 짱짱! 모두 츄라이 츄라이!!


 그리고 송년회 당일 추첨을 통해 선물 5가지를 전해드렸는데요. 요즘 핫한 인싸템 토끼귀모자나 귀도리 같은 개그템부터 손난로 겸용 보조배터리 같은 실용성 짱짱한 선물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사진이 재밌게 나오더라고요. 웰던키트는 얼마 전 새로 시작한 회사 웰컴박스 제도의 수혜를 받지 못한 저 포함 뉴비 분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름 지은 일종의 답례품입니다. 회사의 빛과 소금인 팀원분들께 드리는 거라 향초와 소금 세트를 준비했지요.



5. 사진은 많이많이


  앞서 말했듯 행사 중간중간 현장을 제대로 담아내려면 사진을 많이 찍어두셔야 합니다. 폰카도 괜찮지만 나중에 보정이 편하고 화질이 좋은 카메라로 찍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녁 행사인 데다 실내에서 진행되는 만큼 카메라 설정을 미리 잘해 둬서 셔터스피드를 1/60 이상으로 확보해 두셔야 합니다. 특히 단체사진 찍을 때! 셔터스피드가 엄청 느린 상황에서 가게 사장님께 "저희 사진 좀 찍어주세요~" 부탁하면 아무도 흔들림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슬픈 사진만 남을 수 있으니까 조심하시고요.




  마케터가 준비한 사내행사, 송년회 준비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붕어랑 맞짱 떠도 질 저의 기억력 때문에 더 잊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해서 새벽에 졸린 눈 비벼가며 쓴 글이라 내용이 충실할지 모르겠네요. 그저 부족한 글이라도 누군가에게 눈곱만큼의 도움이나마 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사 기획 같은 거 딱 질색인데 이번에 내 업무가 되어버린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우선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그런데요, 다 끝내고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오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좋아하는 팀원들의 웃는 모습 가득 담긴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걸요! 회사 덕질이 필수 덕목인 마케터라면 더더욱 즐거우실 거고요:) 까짓 거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진행해 보자고요. 별문제 없이 즐거운 시간 꾸려가시길 바라겠습니다. 파이팅!


참고 : 옴니어스 2018 송년회 자세히 보기(공식 후기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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