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조짐이 보이는 순간 - 법률 자문의 골든 타임
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IT 전문 변호사 유영무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쟁 사건을 다루며 알게 된 확실한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개발 분쟁은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예방은 언제나 '해결'보다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 실무 경험을 토대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쟁의 조기 발견과 예방, 그리고 법률 자문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1.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분쟁의 징후가 보이는 시점에 법률 자문을 시작한 기업은 대부분 분쟁을 회피하여 원하는 목표에 도달했습니다. 반면, 분쟁이 본격화된 후에 대응을 시작한 경우 성공률은 크게 낮아지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쟁에는 엄연히 골든 타임이 존재합니다.
개발 프로젝트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명확한 신호를 알아채야 합니다. 개발사가 뭔가 바뀌었다는 징후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시점이 법률 자문을 통해 상황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입니다.
▷ 개발사의 보고가 점점 추상적으로 변합니다.
▷ 일정 지연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미팅 일정이 매번 변경됩니다.
▷ 응답 시간이 자꾸 늦어집니다.
▷ 중간 산출물의 제출이 불규칙해집니다.
▷ 담당자가 수시로 교체됩니다.
2. 소송은 모두 패자가 되는 게임입니다.
분쟁이 본격화되고 소송까지 진행되면, 더 이상 단지 소송의 승패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요?
분쟁 시작 단계에서 공문이나 내용증명이 한 번 오고 간 후에는 정상적인 대화가 단절됩니다. 이후부터는 개발 산출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소송 결과가 어떻게 되든 더 이상 그 산출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워집니다.
1심 소송만 최소 1.5년에서 2년이 소요됩니다. 소송 비용은 최소 수백만 원에서 많으면 수천만 원이 들어갑니다. 개발 과정에 투입된 회사 임직원들은 소송 대응에 정신을 빼앗겨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소프트웨어 관련 소송은 기술적 특성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더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분쟁이 길어질수록 회사의 평판이 나빠지는 건 기본이고, 무엇보다 소송에 빠져 프로젝트가 멈춘 기간 동안 경쟁자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합니다. 소송에서는 승리하더라도, 시장에서는 패배하는 것과 같습니다.
3. 전문 변호사의 조기 개입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후회가 되네요. 4개월 전 미팅에서 고성이 오고 갔을 때 바로 변호사를 찾았어야 했는데!" 소프트웨어 개발 법률 자문은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 지연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룰 것 없이 곧바로 법률 자문을 받아야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 (개발 범위에 이견이 생겼을 때) 개발 범위가 모호하면 나중에 완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지므로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특히 제안요청서(RFP)와 제안서 사이에 차이를 발견했을 때에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 (일정 지연이 처음 발생했을 때) 이것은 연쇄적인 지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연 사유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리하고, 향후 일정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 (추가 비용을 언급하기 시작할 때) 개발사가 당초 계약을 넘는 비용을 제시하는 때가 생깁니다. 금전을 두고 의견 대립이 생기면 프로젝트가 실패하기 쉽습니다. 왜 비용이 더 필요한지, 개발 범위엔 포함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 (핵심 개발자가 교체되었을 때) 프로젝트를 끌고 가던 개발자가 갑자기 퇴사했다며 사라진다면 비상 상황입니다. 교체 인력이 있는지, 과연 앞으로 정상적으로 개발이 가능한지 등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 (중간 산출물에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 중간 검수 단계부터 품질에 의문이 들었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해당 이슈를 해결할 방법을 도출해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4. 마치며 - 실천 방안
초기 법률 자문을 통해 분쟁을 방지하고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한 사례는 많습니다. 계약서 검토 과정에서 'User 친화적 UI'와 같은 모호한 표현을 구체적 기준으로 변경하는 등 개발 범위에 신경을 쓴 케이스, 일정 지연이 생겼을 때 신속히 당사자 간 합의 내용을 담은 문서를 작성하여 이후 별 탈 없이 진행할 수 있던 케이스 등이 그러합니다.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개발 전에는 계약서 및 개발 범위를 명확히 정리하고, 개발 진행 중에는 상황 관리하며 문서화하고 중간 산출물을 꼼꼼히 검수하며, 이슈 발생 시에는 즉각 증거를 확보하고 전문 변호사를 찾는 등 단계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개발 전, 개발 초기부터 올바른 장치를 마련해 대비한다면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송으로 진행되더라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입니다.
분쟁이 시작되려는 그 순간이 법률 자문을 의뢰할 최적의 골든 타임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소프트웨어 분쟁은 예방이 최선의 해결책입니다.
법률사무소 조인 유영무 변호사는 한성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제5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 개업을 했습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IT 전문 변호사이며, 소프트웨어 및 IT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 IT 형사 사건, Tech 스타트업 법률자문 등을 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joi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