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의 첫 페이지>

by 하늘보기


노트를 펼치면

첫 페이지가 나타난다


비어 있는 줄

이름 모를 날짜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공간


그러나 나는 안다

그 빈칸이 품고 있는 것들을


말하지 못한 문장들

시작하지 못한 이야기들

끝내 적히지 않은 마음


노트의 첫 페이지는

언제나 그렇게 비어 있다


빈 곳에야말로

무수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듯


나는 조용히 노트를 덮는다


끝내 쓰지 못한 말들이

나를 오래 지켜줄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