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바로 만나는 것은 단지 배우들 뿐이지만. 그중에서도 작품을 이끄는 두 개의 중심축이 되는 공연기획자와 공연연출가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막연하게 공연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어린 친구들이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저는 공연기획이나 연출을 하고 싶어요" 마치 이두 사람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마냥. 하지만, 그 둘은 분명 다른 포지션이고, 필요한 자질에도 차이가 있다.
간략하게 얘기하면, 공연기획자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형태를 갖춰 무대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이고, 공연연출가는 콘텐츠를 분석하고 관객들에게 예술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배우·스태프를 지휘하는 역할이다.
| 공연기획자의 역할
공연기획자가 관여하는 업무의 영역은 상당히 넓다. 일단 그 첫 시작은 아이디어에 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하나의 생각에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 그것을 상품화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보이기 위한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다.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를 찾아 대본 작업을 맡기고, 그것을 그림으로 보여줄 연출가를 섭외한다. 그리고 무대 위에 펼쳐질 그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예산을 짜고, 필요한 자금을 만들어야 한다.
또 이후에는 작품을 선보일 장소 섭외 및 각 파트별 디자이너와 배우를 구성하고, 완성된 대본을 가지고 연습이 진행되는 데 필요한 제반 사항을 준비한다. 그와 함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작품도 알려야 한다.
그 모든 걸 가장 처음 계획하고, 각 파트별로 서포트해 실행에 옮기고, 또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총괄자가 공연기획자다. 이 모든 과정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협업 속에서 실로 막중한 책임감을 요하기에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공연연출가의 역할
그럼 공연연출가의 역할은 어떻게 다를까. 연출가는 콘텐츠를 예술적으로 빚어내는 사람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 줄의 글도, 연출가의 시점과 해석에 따라 무대 위에서는 달리 표현된다.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사람이다.
물론 이 작업이 연출가 혼자만의 외로운 사투는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실연할 배우들의 감정선과 연기력이 필요하고 무대, 조명, 의상 등 각각의 파트별 디자이너들의 작품 해석 방향에 따른 다양한 의견들이 첨가될 수 있다.
하지만, 연출가는 작품의 전체 그림을 책임지고, 대중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의 색깔을 분명하게 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현장을 이끌어야 하기에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도 필요하고, 예술성도 지녀야 하며, 탁월한 리더십도 요구된다.
공연기획자와 공연연출가 모두 작품의 성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기획자는 예술가보다는 사업가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수익성을 위해 예술성에 기반한 사업적 경영 마인드를 지녀야만 한다.
반면, 공연연출가는 예술성을 지향하되,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대중에게 외면받지 않는 그림을 그려내야만 한다. 그 둘 사이의 생각이 늘 같을 수는 없어 종종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연출자가 교체되는 일도 발생한다.
그렇기에 공연을 만들어가는 현장에서 서로의 입장 차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무대 뒤의 불협화음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신기하게도 결국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 두 사람의 역할에 대한 구분이 좀 더 명확해졌을까. 공연을 만든다는 것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야만 하는" 긴 여정이다. 예술적인 마인드도 필요하고, 사업적인 마인드도 필요하다.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뤄야만 하는 항해. 이에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은 필수라는 사실이 강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