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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un 20. 2019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

‘창의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나치게 바쁜 것’

기차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기차로 이동하는 동안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그러다가 뒤에 앉은 사람이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서 졸다가 깨고

아무튼 기차를 타고 가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더니 

목적지에 도착했을 즈음, 꿀잠을 잔 것도 아닌데 머리가 개운한 느낌적인 느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서 그동안 잡생각들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정리된 거겠죠.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확인한다. 

출근길에 뉴스를 본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본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에도 뇌는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계속 받아들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덕분에 검색이 생활화되었고 정보가 유통되는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많은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서 우리 뇌는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컴퓨터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느려지는 것처럼 뇌도 처리할 정보가 너무 많으면 지친다.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말은 뇌가 지쳤다는 의미다.


미국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교수는 자기공명 영상을 연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집중하면서 생각에 골몰하기 시작하자 두뇌 특정 영역의 활동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들었다. 
집중하면 두뇌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생각했던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깜짝 놀랐다. 문제에 집중할 때 활동이 줄어든 두뇌의 특정 영역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문제를 푸는 시간이 끝나고 참가자들의 집중이 멈추자 이 영역의 활동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예상과 달리 두뇌는 정신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그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 이 같은 신경 활동의 기묘한 특성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발견은 두뇌 연구가 일구어낸 매우 흥미로운 성과다.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행복의 중심 휴식》, (걷는나무,2011) ,118쪽


마커스 라이클 교수의 연구는 뇌는 ‘사용할수록 활성화된다’는 기존 연구를 뒤집고 ‘인간의 뇌에는 생각에 몰두할 때 활동이 줄어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활성화되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컴퓨터를 리셋하면 초기 설정 상태(default)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인간의 뇌는 피로가 쌓이기 전의 초기 상태로 회복한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뇌가 휴식 없이 필요 이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 에마 세페라(스탠퍼드대학 자비·이타심 연구 교육센터 과학분과장)


스탠퍼드대학 자비·이타심 연구 교육센터 에마 세페라 과학분과장은 ‘창의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나치게 바쁜 것’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하는데 창의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뇌가 휴식 없이 필요 이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박효진 기자, [생활로 확산되는 ‘멍때리기’], <국민일보>, 2017년 05월 26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우리말로 하면 ‘멍때리기’다. 두뇌를 원래 상태(디폴트 모드)로 돌려놓는 멍때리기에도 좋은 멍때리기와 나쁜 멍때리기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는 《멍때려라》에서 좋은 멍때리기는 경험과 머릿속의 지식·정보를 편집하고 재구성해서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반대로 나쁜 멍때리기는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되고 우울증과 불안이 심해져서 감정 소모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은 매일 아침마다 창밖이나 천장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매일 생각을 비우는 시간을 갖는다. 스티브 잡스도 아무 생각 없이 숲길을 걷는 것을 즐겼다.


멍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실천하기도 쉽다. 

향초에 불을 붙이고 바라보거나 어항 속 물고기를 보고 있으면 생각이 없어진다. 인터넷에서 파도치는 소리, 숲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려주는 동영상을 찾아서 눈을 감고 듣는 것도 효과가 있다.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면,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지쳐있다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 



출처

정경수 지음, 《휴식,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다》, (큰그림, 2017), 124~125쪽


참고문헌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행복의 중심 휴식》, (걷는나무,2011) ,118쪽

박효진 기자, [생활로 확산되는 ‘멍때리기’], <국민일보>, 2017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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