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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Apr 20. 2020

집합식 교육에서 맞춤형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

"공장형 교실은 기술 변혁 시대에 서서히, 또는 갑자기 소멸할 것이다."

올림픽, 월드컵 등의 국제 행사와 전쟁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올림픽도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경쟁해서 이기고 지는 거니까 싸우는 형태만 다를 뿐 속성은 전쟁과 같습니다.

공통점은 기술을 급속도로 발전시키고 생활과 문화를 바꾼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코로나 19와 같은 세계적인 전염병도 여기에 포함해야겠습니다.


오늘 초중고 모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개학을 세계가 주목한다고 매체에서 보도하는데요.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온라인 학습 시스템과 매뉴얼이 갖춰질 걸로 예상됩니다. 과거에 메르스를 겪으면서 질병관리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춘 것처럼 말이죠.

어떤 시스템이든 만들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코로나 19 사태는 일정한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2월 말부터 저에게 직장인을 대상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 몇 곳에서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자는 제안이 왔습니다.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업체는 발 빠르게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고 오프라인 교육에서 사업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보았고 이것을 사업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시스템을 만들면 교실에 모여서 공부하는 기존 교육 형태는 빠르게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졸업장보다 능력을 검증해주는 증명서 또는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교육현장에서 공교육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미시간 그랜드밸리 주립대학교의 제이슨 시코 교수는 고령화로 정부 예산이 삭감되면서 초중등 공교육 지원 시스템 등이 2030년에는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고등교육 시스템의 종말은 더 오래 걸리겠지만, 이 역시 같은 원인으로 인해 소멸할 수밖에 없다. 나이별로 같은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현재의 공장형 교실은 기술 변혁 시대에 서서히, 또는 갑자기 소멸할 것이다.

박영숙•제롬 글렌•테드 고든•엘리자베스 플로레스큐 지음, 《유엔미래보고서 2040》, (교보문고, 2014)

스마트 시스템이 우리로 하여금 지식 습득 수준, 학습의 품질 분석에 의해 개별화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준다. -  벤자민 블룸(교육심리학자)
공교육이 잠재적으로 2030년까지 사라질 것이다. 공교육만이 아니라 현재의 모든 교육 시스템이 사라질 수도 있다. 미래 교육은 일괄적 교육이 아닌 맞춤형 교육이 될 것이다. - 제이슨 스완슨(미래학자)



학원교육 양성화 법안이 가결되면서 평생 학원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입시학원, 취업 학원, 고시 학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인구 구조에 따라 초중고 학생보다 20세 이상 성인에게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이 늘어나고 있다. 십여 년 전에 체대 입시 전문학원이 경찰, 소방 공무원 등 시험 과목에 체력 검정이 있는 부문으로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학원교육 양성화 법안을 처음 만들 때는 영세 사업자와 대학생 과외를 양성화해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에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고 고액과외를 금지하고 4~5만 원 이하의 과외만 허용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논의했다. 사교육비가 부담스러운 학부모는 학원과 개인과외 허용을 환영했다. 하지만 학원 업종도 자유경쟁 시장이 되면서 학원가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졌다. 20여 년 전에 전교조는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학원교육 양성화 법안에 반발했고 학부모들은 참교육 학부모회 등의 단체를 만들어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았다.  


학교가 교육의 중심이던 시대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학원교육 양성화 법으로 그 시대는 끝났다. 이제 교육의 질과 시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맞춤형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다.


2011년 12월 〈한겨레 21〉에는 "3살부터 100살까지 지금은 평생 학원 시대" 기사가 실렸다. 그로부터 9년의 시간이 지나고 지금의 학원 시장은 어떨까? 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입시, 어학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학원에서 교육이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를 가르친다. 평생교육 시대가 평생 학원 시대로 바뀌었다.


학원교육 양성화로 학교보다 학원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이들의 저항 때문에 미래형 교육 시스템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학원 교육 분야와 비용은 매우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보다 어느 학원에서 어떤 기술을 배웠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학원의 교육비도 다양해져서 가격 경쟁을 하는 곳이 있는 반면 교육비가 높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학원은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교육비가 올라가게 된다. 공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학원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우수하기 때문이 공교육에 의존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공교육 시스템이 사라지면 일상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진다. 지금은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면 하교하는 일상이다. 공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 수업시간을 피해서 학원의 수업시간이 정해졌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의 수가 적기 때문에 학교 수업시간에는 학원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개인별 맞춤 학습이 진행되는 교육 시스템이 정착되면 교사가 학생 개인의 학습효과가 높은 시간에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금처럼 정해진 학교 수업시간에 등하교를 하는 모습은 사라진다.


과거의 학생보다 지금의 학생들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더 많은 내용을 학습한다. 미래에는 지금의 학생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을 학습하게 된다. 과거에는 책과 참고서로 공부했지만 스마트폰, 인터넷, 원격 교육 등 공부하는 수단과 환경도 바뀌었다.

인터넷 강의는 이미 보급되었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고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미래에는 인터넷 강의도 학생 개인별 맞춤 수업이 가능한 교육모델이 등장하고 개인화·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은 효율이 높은 학습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 대상 학년은 2008년에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가 2010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으로 변경되었다. 2013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 서열화, 성적지상주의에 의한 과열경쟁,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학업성취도를 확인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2030년이 되면 학업성취도를 확인하는 도구도 사라질 전

망이다.


미래학자 단 튜리는 기존의 평가 시스템으로 학생 개인의 학습 성취도를 평가하는 평점 시스템이 아닌 독립적인 학습평가 시스템을 미국에서 실험하고 있다고 했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평점은 성적과 연관이 있지만 학생의 실제 실력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학습평가 시스템은 교육과정 개발과 학습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 활용범위를 넓히고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 이후에는 공교육의 대표적인 모습인 교실 수업은 사라지고 수업의 90퍼센트는 온라인 무료교육으로 바뀔 전망이다.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이나 학습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대학 교육, 사교육도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진행되며 교사의 역할도 지금과 달라진다. 미래의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는 역할이 아니라 학습을 도와주고 상담해주는 튜터(tutor)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출처 

정경수 엮고 씀,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140~142쪽

참고문헌 

박영숙•제롬 글렌•테드 고든•엘리자베스 플로레스큐 지음, 《유엔미래보고서 2040》, (교보문고, 2014)

이명석(저술업자), [허풍선 의원의 정책개발실, 3살부터 100살까지 지금은 평생 학원 시대], 〈한겨레21, 2011.12.14〉

오성숙(참교육 학부모회 회장), [<논쟁> 학생 과외, 양성화냐 규제냐 - 교육비 지출 줄여야], 〈중앙일보, 199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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