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un 08. 2020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는 효과적인 방법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서 구체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메모'다.

〈비즈니스위크〉의 수석 편집자 스테판 베이커는 《아이디어를 얻는 201가지 방법》을 썼습니다. 제목만 보면 201가지 방법대로 하면 아이디어가 마구 솟아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당장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책에서 어떤 해답을 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읽으면 실망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상하를 바꾼다.

2. 잡아 늘인다.

3. 줄인다.

4. 색을 바꾼다.

5. 크기를 키운다.

6. 크기를 줄인다.

이렇게 200가지 방법이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 이상의 200가지 방법을 서로 연결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201가지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201가지 방법을 적용한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지 않습니다. 조급하게 아이디어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스테판 베이커가 제안하는 201가지 방법을 천천히 살펴보면, 현재 기획하는 아이템에 도움이 될만한 방법이 떠오릅니다.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당장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201가지 방법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스테판 베이커가 정리한 《아이디어를 얻는 201가지 방법》에 실망했다면, 그가 소개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일곱 가지 일'을 보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일곱 가지 일은 201가지 방법보다 효과가 있다. 일곱 가지 일을 생활화하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일곱 가지 일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하는데 하나마나한 미팅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내일 아침엔 아이디어 회의도 해야 하는데 그럴듯한 아이디어는 1도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차일피일 미루면 아무런 아이디어도 얻지 못한다.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면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 기획자는 ‘빨리 시작하면 빨리 끝난다’라는 말을 믿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시작하라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 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기획자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은 손을 움직여서 종이에 적는 것이다. 종이에 적은 내용은 나중에 좋은 아이디어로 거듭날 확률이 높다. 종이에 아이디어를 적을 때는 반드시 대상(타깃)이 있어야 한다. 기획자의 관심사가 아니라 대상의 관심사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종이에 적는다. 그런 다음 종이에 적은 내용을 주변 사람에게 말하고 의견을 듣는다. 그러면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었다면 이후에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운다. 일을 마치는 시점에서 역순으로 계획을 세우고 당장 내일 할 일도 생각해둔다. 그러면 무의식에서 일의 순서를 배열한다. 일의 순서가 정해진 후에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실행한다. 기획자는 대부분 시간에 쫓기며 일한다. 마감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웠다면 무조건 지킨다는 마음으로 실행한다.


집중하기 위해서 혼자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면 빈 회의실이나 도서관에서 일할 것을 권한다. 더 열심히 하려고 자리를 떠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파일 이름에 작성일과 마감일을 적는다. ‘아이디어 기획서 최소원칙 원고_190321 작성_190415 마감’ 이런 형식으로 파일 이름을 만든다. 그러면 마감일까지 어떻게든 그 일을 끝낸다. 


계획한 대로 추진하려면 집중해야 한다. 집중하기 위해서 혼자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면 빈 회의실이나 도서관에서 일할 것을 권한다. 사무실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집중해서 마감일까지 일을 마치는 게 더 중요하다. 자리를 떠나서 일을 하지 않는 게 문제지, 더 열심히 하려고 자리를 떠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일곱 가지 일 가운데 제일 첫 번째는 ‘우선 시작부터 하라’다. 그렇다면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 질문의 답은 두 번째 일이다.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적어라.’

기획자에게 메모는 단순히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종이에 쓰는 행동, 습관적으로 하는 메모는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메모 습관은 기획자에게 필수다. 낙서든 메모든 그림을 그리든 상관없다. 종이에 쓰는 행위를 하면 된다. 아이디어 노트를 써도 좋고 다이어리에 써도 좋다.

나는 아이디어 노트와 다이어리 두 개를 가지고 다니기가 번거로워서 다이어리만 가지고 다닌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책에서 본 문장,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을 다이어리에 적어둔다. 회의를 할 때는 A4 용지를 세로로 반 접어서 오른쪽에는 상대방과 주고받은 내용을 적고 왼쪽에는 계획과 할 일 등 결정된 사항을 적는다. A4 용지에 적은 내용은 회의가 끝나고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다.


메모의 가치는 굉장히 크다.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집에서는 글을 쓸 공간이 없어서 동네 카페에서 손으로 원고를 썼다. 틈틈이 손으로 쓴 습작 원고가 해리포터의 시작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 5권 ‘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의 플롯을 손으로 쓴 노트가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기억에 남겨야 하는 내용은 반드시 종이에 써야 한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잠깐 사이에 사라진다. 이런 일도 있었다. TV를 보던 중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TV를 끄려고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TV가 꺼지면서 생각도 사라졌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기억해내려고 애를 썼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가 바로 사라지는 이유는 의식과 기억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은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인 상태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기획서 제출 기한이 임박하면 머릿속은 온통 기획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때는 출퇴근길에서 본 광고전단, TV 프로그램, 인터넷 뉴스 등 보고 듣는 모든 정보를 기획과 연결한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을 메모해두면 무의식 속에서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메모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완성도는 차이가 난다.


생각을 붙잡아두는 유일한 방법은 메모다. 메모가 종교였다면 아마도 상당히 많은 기획자들이 이 종교를 믿었을 것이다. 메모를 할 때는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서 종이에 연필로 적는 게 좋다. 메모는 리스팅, 포커싱, 그루핑, 스토리텔링 네 단계를 거쳐서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첫째, 리스팅은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적는 행동이다. 종이에 적으면 아이디어가 발산한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적어두는 것으로 메모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리스팅은 메모의 첫 단계일 뿐이다. 

둘째, 포커싱은 실현 가능한 생각을 골라내는 것이다. 리스팅하고 바로 포커싱 하기보다 생각이 숙성되는 시간을 가진 후에 생각을 골라낸다. 포커싱을 거치면 아이디어가 수렴된다. 

셋째, 그루핑은 관련이 있는 내용, 함께 실행해야 하는 일, 시기적으로 먼저 하고 나중에 할 일 등을 묶는 것이다. 리스팅과 포커싱은 맥락, 일의 순서와 무관하지만 그루핑을 거치면서 일의 순서가 정리된다. 논리와 맥락이 중요할 때는 그루핑 단계에서 마인드맵이나 만다라트 등 논리적으로 아이디어를 묶으면서 정리하는 도구를 이용한다. 

넷째, 스토리텔링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엮어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키워드와 연상되는 것들을 넣어서 맥락이 통하게 이야기를 만들면 기획에 필요한 아이디어가 완성된다.


메모의 네 단계를 거치는 동안에도 수시로 메모를 다시 봐야 한다. 메모의 핵심은 다시 보는 데 있다. 메모는 하는 것만큼 나중에 다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이디어 노트 겸용으로 쓰는 다이어리를 수시로 펼쳐본다. 메모를 훑어보면서 유용한 내용을 다시 적는다. 반복해서 메모한 내용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내용이 중요해서 다시 적을 수도 있고 그 내용을 계속 머리에 담아두기 위해서 다시 적을 때도 있다. 대충 휘갈겨 쓴 메모는 알아볼 수 있게 다시 적는다. 좋은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메모해야 하기 때문에, 메모하기가 곤란해서 휘갈겨 쓸 때가 있다.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충 적어두었다면 알아볼 수 있게 다시 적는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는 메모해둔 내용을 다시 정리한다. 지하철은 흔들리지 않아서 메모를 다시 읽고 정리하기 좋다. 몇 달 전에 적어둔 메모를 찾아서 연결되는 내용과 함께 적는다.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메모는 단순히 기억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다. 메모를 다시 읽고 정리하는 동안 메모는 아이디어가 된다. 메모를 다시 읽으면서 필요 없는 내용은 두 줄을 그어서 삭제하고 유용한 메모는 동그라미를 그려서 표시해두면 나중에 활용할만한 메모를 알아보기 수월하다. 이런 메모들이 섞이고 연결되면서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출처

정경수 지음, 《아이디어 기획서 최소원칙》, (큰그림, 2019), 103~108쪽


참고문헌

스티븐 베이커, 《아이디어를 얻는 201가지 방법》

조용석 외 지음, 《광고 홍보 실무 특강》,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