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노동자는 가고 관계 노동자가 온다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1968년 출간한 《단절의 시대》에서 정보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노동자를 ‘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라고 했다. 지식 노동자는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개선하며 혁신하는 인간이며 평생을 직장인보다 직업인으로 살아간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정보와 지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지식 노동자는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보가 발전의 핵심이 되는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이르러서 지식 노동자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식 노동자의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식을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기반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식에 대한 희소가치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지식에 대한 희소가치가 사라진 원인은 컴퓨터와 인터넷 때문이다. 누구도 컴퓨터와 인터넷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질 수는 없다. 미래에도 가치 있는 존재로 남으려면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 즉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과거 육체노동을 하던 시절에 지식 노동자가 더 가치 있다고 평가된 것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기계처럼 정확하게 일을 하는 사람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면 미래에는 인간다운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 더 우수하게 평가될 것이다.
가상의 환경에서 만나서 일을 했을 때보다 구성원이 한 곳에 모여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일할 때 더 똑똑하고 유능해진다.인간적인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줄어들고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간적인 상호작용 능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수천 년 동안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서 소통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편하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을 내세워서 디지털 기기로 소통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현상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서로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며 대화를 주고받는 일은 미래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가상의 환경에서 만나서 일을 했을 때보다 집단 구성원이 한 곳에 모여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일할 때 집단적으로 더 똑똑하고 유능해진다. 직접 만나서 상호작용을 하면 집단의 능력도 높아지고 구성원의 지적 능력까지 향상된다.
직접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몰두해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발달시킨다. 가상의 환경에서 의사소통하고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기피할수록 두뇌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컴퓨터나 기계가 대신하지 못하는 인간의 대표적인 능력은 사람을 만나서 상호작용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목소리와 몸짓으로 긴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런 공감대는 컴퓨터나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이다.
프린스턴대학 연구원들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뇌가 동일하게 맞춰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뇌를 영상으로 촬영했더니 뉴런이 일치하는 현상이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직접 만나서 공감하는 현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된 것이다.
참고문헌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단절의 시대>>, (한국경제신문, 2003)
제프 콜빈 지음, 신동숙 옮김,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 (한스미디어, 2016)
정경수 엮고 씀,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