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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Sep 26. 2017

세상은 편리해졌는데 사람들은 더 피곤해졌다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새롭게 생겨난 일들을 가리켜 숨어있는 노동이라는 의미에서 ‘그림자 노동(shadow work)’이라고 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더 복잡해졌다.


2014년에 영국의 뉴로펜익스프레스 제약회사에서 영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21세기 현대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50가지 원인들’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사람들은 10년 전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컴퓨터 전문 용어, SNS 사용과 관련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현대 생활을 골치 아프게 하는 50가지 중 1위는 컴퓨터 랙 ’으로 나타났다. 2위는 ‘서비스 가입 전화’, 3위는 ‘ 잘 안 터지는 와이파이’가 차지했다. 스팸메일과 암호가 기억 안 날 때, SNS에 자녀 사진을 마구 올리는 사람도 골치 아프게 하는 50가지 순위에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편리하게 생활하기 위해서 만든 기술이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컴퓨터, 무선인터넷, 스마트폰, SNS, 자동차, TV 등은 더 편한 생활을 위해서 개발되었지만 이것들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응답을 보면 정말 세상이 편리해진 건지 의구심이 든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뉴로펜익스프레스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해졌지만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 가운데 55퍼센트는 10년 전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유타대학의 인지심리학자 데이비드 스트레이어 교수의 실험 결과 멀티태스킹을 하면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정보를 식별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동속도가 빨라졌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이동속도가 빨라진 것만큼 이동시간이 줄어야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그만큼 더 멀리 이동하게 되었을 뿐이지 이동시간 자체는 줄지 않았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등 가전제품의 발달이 가사 노동 시간을 줄여줬을까? 아니, 미안하지만 더 늘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싼 가격에 구입해서, 방을 쓸고 먼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열 배 이상의 돈을 주고 진공청소기를 구입해서 방을 청소하고 때로는 필터를 청소해야 한다. 가끔 먼지봉투를 구입하러 할인마트에도 가야 하고, 고장이 나면 수리센터에 맡기러 가야 한다. 심지어 청소도 더 자주 한다. 진공청소기가 생겨서 청소가 더 쉬워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활동들이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결국 실질적인 가사 노동 시간 자체는 줄지 않았다.

강한나·김보름 지음,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미래의창, 2016), 223쪽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편리한 세상이 오고 지금의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았지만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좌절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과학기술이 세상을 편리하게 바꿔놓는 것도 있지만 편리해진 세상의 이면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으면서 음악도 듣고 뉴스도 본다. 유용한 정보는 친구에게 메시지로 보낼 수도 있다. 친구와 메지시를 주고받다가 페이스북도 보고 쇼핑도 한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모두 잘 하고 있을까?


성능이 향상된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지만 멀티태스킹은 사람들이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해주지는 못했다. SNS를 수시로 확인하는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업데이트된 정보를 시시각각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확인한다.

인간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멀티태스킹에 적합하게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를 더 바쁘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참고문헌

강한나·김보름 지음,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미래의창, 2016), 223쪽

정경수 지음,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99~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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