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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Sep 05. 2017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독일의 생활동반자관계법률과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에관한법률

2008년 일본에서 발행된 시사용어집에는 ‘혼활(婚活)’이 신조어로 소개되었다. ‘혼활(婚活)’은 일본의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와 저출산문제 연구가 시라카와 도코가 지은 책 《혼활시대(婚活時代)》에서 개념을 분명하게 정리했다.

일본에는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만혼(晩婚)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처럼 결혼할 때가 돼서 쉽게 결혼하는 시대는 지났다. 취직을 준비하듯이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려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혼활 시대라고 한다. 《혼활시대》는 우리나라에도 《결혼심리백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일본에서는 ‘결혼활동’을 코치하는 전문강사도 있다. 결혼정보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가입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스터디 모임도 있다. 과거에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미혼 남녀를 만나게만 해주면 그것으로 역할은 끝났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만나게만 해준다고 교제로 이어지지도 않고 교제를 하더라도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더 많은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고민한 결과 결혼활동에 대한 조언과 카운슬링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선 2000년대 후반부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됐다. 사랑과 자기실현에 관한 새로운 가치관이 확산됨에 따라 결혼을 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삶을 꾸릴 수 있고 , 세상 모든 일을 부부중심으로 대처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88만원 세대’의 출현으로 부모 품을 떠나지 않으려는 의식도 한몫했다. 더욱이 자유 선택의 기회가 많을수록 눈앞의 상대가 최선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어딘가 더 나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결단을 미루는 남녀가 늘어났다.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10년 후 세상》, (청림, 2012)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은 일본과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결혼 적령기의남녀가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아파트 전셋값은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서 3배 정도 올랐다. 결혼해서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하자 결혼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커플이 늘어났다.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자 출산율도 떨어졌다. 결혼에 대한 절차와 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도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독일의 생활동반자관계법률과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에관한법률은 가정에 적용되는 법적 이익을 보장하고 결합과 해체가 자유롭다. 이 법률을 제정한 뒤에 프랑스의 출산율은 높아졌다.

결혼의 형식이나 절차, 격식보다 함께 사는 사람, 즉 누구와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사회에 확산되면서 프랑스에서‘시민연대협약에관한법률(PACS)’을 만들었고 독일에서는 ‘생활동반자관계법안’을 만들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법안은 기존의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를 포함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사회에서 수용하는 정책이다.


프랑스에서 1999년에 제정한 ‘시민연대협약에관한법률’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동성애자 커플이 있다. 동성애자 커플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면서 이 법률이 생겼는데 실제로는 이성 커플들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시민연대협약에관한법률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았지만 법적으로 정상적인 결혼 가정의 혜택을 똑같이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법률에 따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커플은 법원에 계약서를 제출하면 과거의 혼인 관계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계약이기 때문에 둘 중 한쪽이 파기하면 관계는 끝난다.


독일의 생활동반자관계법률은 결혼으로 성립되는 가족제도와 유사하다. 혼인 관계에 준하며 배우자로서의 권리와 상속, 세제, 보험, 의료, 입양, 양육 등 법적으로 가정에 적용되는 법적 이익을 보장하고 이혼보다 결합의 해체가 자유롭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랑스는 시민연대협약에관한법률을 제정한 뒤에 출산율이 높아졌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시민결합 또는 생활동반자관계법률처럼 결혼과 유사한 가족제도를 제정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수용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17 혼인•이혼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후에는 미혼남녀 2명 중 1명은 기존의 결혼 형태보다 동거가 많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46.9퍼센트가 동거가 결혼보다 보편적인 결혼 형태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존의 결혼 형태가 여전히 보편적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33.9퍼센트를 차지했고 계약결혼과 졸혼(혼인관계를 유지한 채 부부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개념)이 각각 9.1퍼센트, 8.1퍼센트로 나타났다.

결혼에 관한 인식과 세계 여러 나라의 결혼에 관한 법률도 바뀌고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는 미래에도 결혼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겠지만 그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참고문헌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10년 후 세상》, (청림, 2012), 94~95쪽

정경수 엮고 씀,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96~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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