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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Oct 10. 2017

미래는 소비자의 효용에 따라 결정된다

기술에 국한해서 미래를 예측한다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학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편리해지고 기술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기술에 대한 환상을 테크노 판타지(techno fantasy)라고 한다. 미래 예측은 기술의 발전에 근거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예측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잘못된 예측으로는 1960년대 보험정보연구소(Insurance Information Institute)에서 제출한 <미래에 관한 연구 보고(A Report on Tomorrow)>가 있다. 이 보고서는 20년 후인 1980년대의 생활을 예측하는 내용이다. 보고서에는 공장이 지구 궤도를 돌면서 상품을 만들고, 해저에 호텔이 있고, 주택이 주문·제작되어 헬기로 배송된다는 내용이 있고 이런 것들이 1980년대에 실용화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보고서들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누구나 우주여행을 하는 시대가 되고 자동차는 공중으로 날아다니고 로봇이 집안일을 하는 등이 미래의 모습이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아직도 미래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용자들의 편의와 비용을 고려했을 때는 상용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그 기술은 미래에 실제로 구현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비 오는 날에 비를 피하기 위해 보통 품질의 우산을 10달러에 사려고 한다(여기서 비를 피하는 것이 효용이다). 5달러짜리 우산은 몇 번 쓰면 고장 나기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가 구매를 꺼린다. 5달러짜리 우산은 가격도 싸고 총 효용도 낮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보통 품질의 우산으로도 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값이 40달러나 되는 명품 우산을 사는 것도 꺼린다. 비용에 비해 효용이 적기 때문이다. 만약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우산이 없다면 소비자는 품질이 낮은 5달러짜리 우산을 사려고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흠뻑 젖는 상황을 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 품질이 낮은 우산에서 얻는 효용이란 지금 당장 비에 흠뻑 젖는 상황을 피하는 데서 오는 편익을 의미한다.

애덤 고든 지음, 안세민 옮김, 《왜 트렌드의 절반은 빗나가는가》, (흐름출판, 2011), 

잘못된 예측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요즘 나오는 예측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생활의 변화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보안, 조명, 냉난방 장치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스마트홈에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스마트홈은 집에 사람이 없어도 조명과 난방을 켜거나 끄고 냉장고에 식료품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알아서 주문해주는 시스템이다. 미래 학자들이 예측한 스마트홈은 기술적으로 구현되었고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스마트홈 시스템을 이용하는 미래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의 편익에 대한 분석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여객기의 속도를 더 이상 높이려고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1976년에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기가 개발되어 시속 2,150킬로미터로 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빠른 속도가 가져다주는 편익만 본다면 초음속 콩코드 기를 민간 항공사에서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비용에 비해 높은 가치를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항공사에서는 여전히 시속 900킬로미터로 비행하는 기종으로 운항하고 있다. 편익이 비용에 비해서 높아야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무조건 비용을 낮춘다고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Cirque de Soleil) ’ 단은 티켓 가격을 100달러로 올렸지만 서커스를 보면서 제공받는 편익이 높아져서 사람들은 100달러를 지불하고 공연을 본다. 


사람들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익과 그에 대한 비용을 감안해서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상품이 제공하는 효용과 지불하는 비용에 따라서 기술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수많은 상품이 기술적으로 생산 가능한데도 출시되지 않는 이유는 상품이 제공하는 효용보다 지불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기술에만 국한해서 미래를 예측한다면 그 예측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미래 예측은 기술이 개발돼서 실현 가능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것들 중에서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을 추려내는 것이다.



참고문헌

애덤 고든 지음, 안세민 옮김, 《왜 트렌드의 절반은 빗나가는가》, (흐름출판, 2011), 121쪽

정경수 지음,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271~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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