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4 #일일일그림
밤새 코가 막혀 잠을 설친 둘째가 아침이 되자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지안아, 김O태 선생님한테 갈래, 사거리에 정소아과 갈래?”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지만, 가시는 걸음걸음 물이 밟힐 것만 같은 덥고 습한 날이라 혹시나 하고 집에서 가까운 병원도 슬쩍 끼워넣어 보았다.
“김O태 선생님!”
두말없이 차 열쇠를 찾아 집을 나섰다. 지안이가 좋아하는 병원은 집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이들이 갓난아기 때부터 다닌 소아과다. “지안이~ 지안이 들어온나” 경남 사투리로 크게 부르는 선생님 목소리에 지안이가 벌떡 일어섰다. 요즘도 지안이는 진료실에 들어갈 때 힐끗 선생님 책상 왼쪽 구석을 보곤 한다. 여섯 살이었나 일곱 살이었나, 선생님이 먹다 슬쩍 내려두셨을 콘칩 봉투를 발견한 적이 있기 때문에. 책상 구석에 은빛 봉투 귀퉁이가 반짝이는 걸 놓치지 않고 소리쳤고(“어!!”), 그날은 뽀로로 비타민 두 개 대신 두 손 가득 콘칩을 받아 나오며 빙글거렸기 때문에.
“지안이, 통통해졌네~. 요새 잘 먹나, 볼이 요, 요 통통해졌어.” 볼을 톡톡 두드리며 선생님이 알은체하셨다. 아이는 이제 스스로 증상을 얘기하고 선생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한두 마디 주고받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난다. 체크무늬 셔츠에 핑크색 바지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선생님. 진료실 한쪽 벽에 가득한 벽돌책, 책상 한편에는 읽다 만 책들. 삼선슬리퍼를 신고 콘칩을 먹다 슬며시 책상 옆에 내려두는 선생님. 오늘만 잠깐 보고 말 환자가 아니라 동네 아이들 하나 하나에게 말을 걸고 눈을 맞추는 선생님. 십여 년 내 육아의 작은 모서리 한 부분쯤은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든든하게 받치고 계셨기에 가능했다.
#1일1그림
#훼이보릿소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