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트럴 파크가 끝나는 곳, 아직은 한적한 골목 사이에 지혜롭게 착한 곳이 있다. 아티스트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며, 예술적인 콘텐츠로 동네 주민과의 연대를 맺고 있는 곳. ‘지역과 상생하는’이라는 수식이 한치도 부끄럽지 않은 커뮤니티 아트 플랫폼, 다이브인 (Dive in)을 소개한다.
Branding Point ①동네의 색을 만드는 예술가
Branding Point ②상생의 해답, 커뮤니티
[동네를 그리는 Artist]
홍대, 연남동, 가로수길, 삼청동, 북촌, 인사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별그램의 핫플레이스, 맛집들의 성지, 골목이 아름다운 동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위의 동네들의 문화는, 엄밀하게는 예술가들이 만들었다.
"홍대 미대 앞에 화방 거리도 있었고, 주변 주택 임대료가 신촌이나 주변에 비해 워낙 저렴했기 때문에 1980년대부터 시각예술 쪽 아뜰리에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문화. 예술분야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위한 기초연구 중에서-
만남의 장소, 홍대역 9번 출구를 만든 것은 가난한 아티스트였다. 과거 자신의 캔버스에, 혹은 골목의 벽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과 기타 소리 하나로 낡은 공간을 아름답게 메웠던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홍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그 명맥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허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이제는 자본력을 가진 상권과 맛집 들로만 채워지고 있는 현실이 슬프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으로 하나의 동네를 빚어낸 예술가들의 힘은 분명 거대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여기, 오늘날에도 예술가의 영향력을 여전히 믿고 있는 실험적인 곳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의 동네는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입주했다면, 이 곳은 예술가들을 불러 모은다는 점이다. 그것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들을 이미 준비해놓은 채로. 다양한 수식어가 붙지만 내가 경험한 다이브인은 한마디로, 예술가의, 예술가를 위한, 예술가에 의한 곳이다. 아티스트들에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결과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을 도우며 그들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곳.
다이브인을 만나보자.
<다이브인의 위치와 건물의 옥상 뷰>
다이브인은 연남동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곳은 아직까지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연트럴 파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켜 내고자 하는 동네의 모습이, 그들이 추구하는 그것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는 옛 골목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곳, 그래서 이웃주민들과의 아침 인사가 낯설지 않은, 아직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에, 꽤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고자 다이브인은 작년 5월, 둥지를 틀었다.
여기서 꽤 기나긴 여정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건물을 10년으로 임대 계약했다. 자그마치 10년. 이 것만 보더라도 이들이 하려는 일은 단순한 날갯짓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이브인의 입구>
다이브인은 오래된 연립빌라를 리모델링하여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는데, 아마도 한 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모두 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이브인의 안내도 / designed by divein>
다이브인은 건물마다, 층마다의 기능들은 조금씩 다르나 모든 공간은 'ART'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인다. 아티스트 작업실, 아트 갤러리, 아트 판매샵, 예술품으로 꾸며진 아트스테이. 이 조각조각들을 모으면 다이브인이라는 아트플랫폼이 된다.
그럼 이제 아티스트의 관점에서 안내도를 다시금 바라보자.
<아티스트 관점 / designed by divein>
다이브인에 선발된 아티스트들은 왼쪽 건물의 2,3층 작업실에서 그들만의 작품 활동에 전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술품 (Ex. 일러스트, 사진, 굿즈 등)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거나, 아트샵에서 사람들에게 바로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아트스테이에서는 조금 더 생활밀착형 전시판매가 가능한데, 스테이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방 안에 비치된 예술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까지 할 수 있다.
다이브인은 이렇게, art를 생산, 판매, 유통까지 그들만의 방식으로 창조해내고 있었다.
그럼 이제, 한층 한층 이미지로 함께 만나보자.
<Artist atelier>
첫 번째 공간은 예술품이 탄생하는 ① Artist atelier이다.
아뜰리에 건물 2,3층에 있는 이 곳에서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탄생한다. 하지만 그들의 privacy를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내부까지 촬영할 수는 없었다. 아쉽기도 했지만 다른 이들보다 아티스트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운영진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저 문안의 비밀스러운 작업실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참고로 이 곳의 아티스트들은 다이브인에 의해서 모집, 선발된 작가들이다. 일정기간 작업실부터 전시공간, 판매 공간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공간이 아닐까 싶다. 혹시 독자들 중에서 다이브인을 희망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들의 SNS에 게재되는 모집공고를 주기적으로 확인 해보길 권한다.
다시 돌아와서, 이제 작업실에서 공들여 만든 artifact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 전시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② Art gallery lounge
<예술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갤러리>
아트갤러리는 손님들의 유입이 가장 쉬운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는 크리스천을 주제로 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종교에 큰 뜻이 없어도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미술관의 전시보다는 더 자유롭고 캐주얼했으며, 무엇보다 무겁지 않아서 좋았다.
건물의 가운데 위치한 ③Street gallery인데, 자칫 기능 없이 방치할 수 있는 공간도 아이디어로 이렇게 멋지게 연출했다. 내부 갤러리와는 달리, 햇살과 바람과,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잘 어우러진 야외의 갤러리였다.
<건물 사이에 위치한 야외 갤러리>
또한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 중에는 굿즈처럼 바로 판매가 가능한 제품들도 있다. 아티스트의 작품을 더욱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공간!
바로 ④art shop이다.
<아트갤러리의 굿즈들과 작품 해설>
마치 정갈하게 정리된 아트 문방구 같았다. 판매하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예뻤고, 모든 작품은 친절하게 설명이 붙어있었다. 마치 미술품 옆에 붙어있는 작품 해설과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굿즈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안내하는 것은 참 좋은 생각 같았다.
어느 것 하나 정성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다는 점과, 그래서 더욱 특별한 물건이라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마치 만든 이와 소비하는 이에 대한 존중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위의 샵은 지난 6월의 모습이다. 현재는 재정비기간으로 잠시 문을 닫고 있지만, 곧 새로운 art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아티스트와 그를 돕는 다이브인. 그들이 함께 그려나가는 연남동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중요한 점은 연남동 한 모퉁이에서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머지않아 아티스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그들의 삶으로 새로운 연남을 빚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지만 밝은 희망일 것이다. 마치 40년 전의 홍대처럼.
[상생의 답, 커뮤니티]
“가게, 혹은 공간 하나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동네의 주민, 소상공인, 아티스트가 하나로 똘똘 뭉쳐야만 진정한 상생이 작동돼요. 마치 작은 관광단지처럼요.”
-다이브인 대표님과의 대화 중에서-
다이브인을 소개할 때, 아티스트만큼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동네’다.
실제로 다이브인은 동네와의 상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건물에 들어온 손님들에게 동네의 맛집을 소개하기도 하고, 주민 중 한 명이 이사라도 가는 날에는 어김없이 얼굴을 비춘다. 그래서 동네의 어르신들은 다이브인의 대표님을 작은아들처럼 대하는데, 아마도 진심 어린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진심은, 대표님의 이야기에 묻어났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닌 함께 사는 것. 리뷰의 머리글에 ‘빠르게 가기 위해서는 혼자 가고,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격언을 인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다이브인은 동네와의 상생을,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그 답으로,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두 공간을 소개한다.
첫 번째 공간이다. 따뜻한 다락방, ⑤Inner space
<탑층에 위치한 이너스페이스>
이 곳은 다이브인에서 필자가 가장 애정 하는 공간이다. 삼베로 직접 제작한 캐노피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정적인 분위기, 카펫이 주는 약간의 폭신함이 좋다. 그리고 중앙에는 캄포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테이블에서 자연스레 베어 나오는 나무의 향기가 공간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리 높지 않은 층고여서 더욱 아늑하고, 반달 모양의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살이 참 따뜻한, 또한 창 밖으로 보이는 오래된 가옥들의 지붕들을 보고 있노라면, 조용히 차 한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너스페이스의 다양한 프로그램 / photo by divein>
실제로 이 곳에서는 다도수업, 요가, 북 토크,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매 수업마다 인기가 매우 좋다고 한다. 또한 재방문 비율도 높은 편인데, 한 참가자는 “다른 공간에 가면 억지스럽게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이 곳은 자연스러워서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공간만큼이나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들도 왠지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이제 다이브인의 마지막 공간이다. 예술적인 하룻밤.
⑥Art stay
<아트스테이의 내부>
이 곳은 다이브인이 직접 운영하는 아트 스테이다. 다른 스테이와 다른 점은 이곳의 가구, 조명, 소품 대부분은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과, 그리고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옷을 살 때, 우리는 내 몸에 맞는지 입어본다. 신발도 신어보고, 음식도 먹어본다. 차도 타보고, 전자제품도 사용해본다. 그렇게 ‘써’ 보고서, 그 후에 우리는 그것들을 구매한다.하지만 가구를 살 때 우리는 너무나 관대하다. 가격이 적당해서, 예뻐 보여서, 혹은 사이즈가 딱 맞아서 등의 합리적인 이유들로 쉽게 구매한다. 더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채로 말이다.
허나 이곳 스테이에서는 묶는 기간 동안 직접 써 볼 수 있다. 테이블 위에서 편지를 쓸 수도 있고,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느낄 수 있다. 밤이 되면 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을 오롯이 경험해 보고 난 후에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 곳 스테이는 인기가 매우 좋다. 가격도 주변의 호텔과 비슷하지만 연일 만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대표님은 *슈퍼 호스트가 되었다. 아마도 스테이 내부의 특별한 경험과, 다이브인이 주는 다른 재미들이 이 곳을 더욱 특별한 숙소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슈퍼 호스트란?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엔비에서 게스트의 후기가 평점 4.8이 넘는, 소위 그 지역에서 가장 인기 높은 호스트만 받을 수 있는 명예로운 칭호다.
보너스 공간, ⑦루프탑 스페이스
<한여름밤의 옥상 영화제 / photo by divein>
날씨가 좋은 여름에는 옥상에서 요가나 영화관 등 야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연남동의 야경과, 선선한 밤바람은 보너스다.
다이브인은 콘텐츠, 풍경, 사람 이 세 가지 도구로 외부와 소통하고 있었다.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커뮤니티에서 ‘다름’을 원하는 사람들이 다이브인을 찾게 되고, 그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동네가 살아난다. 그러면 자연스레 그곳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삶도 활력이 넘친다. 모두가 같이 잘 사는 것. 이 것이 다이브인이 연남동 끝자락에서 지켜내고 싶은 상생이 아닐까. 끝으로, 다이브인의 의미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Dive in] : ~에 빠지다. 몰두하다. 예술의 삶 속으로 빠져들다. Dive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