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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음 May 13. 2023

메트로놈과 함께

3. 헛둘헛둘 박자 맞추기

방문을 열어둔 채 기타를 쳤다. 혁오의 위잉위잉은 코드가 쉬운 편이지만 오른손 주법이 (내 기준) 꽤나 현란하다. 기타 줄을 보며 연습하는데 싸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엄마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아 왜애~” 나는 괜히 앙탈을 부렸다. “박자가 하나도 안 맞아” 엄마는 안경을 올렸다. 나는 아직 연습 초기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려다 콧구멍을 벌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엄마는 안방에서 메트로놈을 가져와 건넸다. “예지나 음악은 선명해야 해. 이걸로 연습해“ 으. 메트로놈은 내가 엄마한테 피아노를 배울 때 제일 싫어하던 도구였다. 삑삑 거리는 전자음이랑 내 피아노 소리가 잘 맞는 건지 오히려 헷갈리기만 했다. 엄마가 메트로놈을 틀고 시범을 보일 때 들은 걸 외워서 연습하곤 했다. “엄마 나 피아노 배울 때도 박치였어?” “아니. 넌 눈치였지”


느리게 띡띡 거리는 메트로놈에 맞춰 오른손을 움직였다. “이 속도는 껌인데?” “그럼 한 칸 더 올려” 전자음과 기타 소리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속도부터 연습하면 되겠네. 이 속도가 잘 되면 한 칸씩 박자를 올려” 졸지에 메트로놈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잘 되는 부분은 빠르게 잘 안 되는 부분은 느릿하게 빠릿느릿 흐르던 소리는 느릿느릿하게 흘렀다. 빠르게 칠 수 있는 부분도 느리게 쳐야 했지만 음과 음 사이 여백이 일정해졌다. 글씨를 꼬불꼬불 쓰다가 반듯이 쓰게 된 기분. 박자를 한 칸씩 올리는 재미에 연습량이 늘어 음원 속도까지 이르렀다.


“이제 좀 들을만하네” 엄마 인정도 받았고 이제 노래도 같이 부를 차례. 전자음, 내 목소리, 기타 소리가 세 겹으로 삐뚤거렸다. 으. 선반에 모셔둔 메트로놈을 다시 꺼내서 전자음, 기타음, 예진음을 맞출 차례. 혁오의 위잉위잉은 그 차례에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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