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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음 Jan 17. 2023

기타도 배운다

2. 엄마 나 손에 굳은살 박였어

피아노를 사랑하는 엄마는 내가 손톱 아래 박인 굳은살을 보여줬을 때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걱정은 '우리 딸이 이제 피아노는 못 치겠구나'였다. 굳은살 박인 손끝으로 어떻게 피아노 음색을 표현하겠냐고, 기타를 배운다는 건 피아노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잘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나는 피아노를 좋아하지만 사랑까진 아니어서 기타를 계속 배우는 중이다. 운이 좋게 기타도 전공한 노래 선생님을 만나 25분은 기타를 배우고 25분은 노래를 배우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수업을 한지 다섯 번째인데 벌써 두 곡이나 친다. 최유리의 툭과 대니얼 시저의 Best Part.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일과는 기타 연습이 됐다.


매일 밤 침대에 걸터앉아 기타를 무릎에 대고 더듬더듬 코드를 짚는다. 사실 초기에는 베짱이처럼 연습했다. 손가락 동선이 멀거나 헷갈려서 미처 코드를 잡지 못해도 모른 척하고 계속 연주하는 거다. 코드가 빈자리는 멜로디를 불러 메운다. 그렇게 세 번 정도 치면 연습 끝.


하루 중 10분 남짓 연습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코드를 잽싸게 바꾸는 효율적인 동선이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 방법을 몰라서 자꾸 코드를 놓치는 거 아닐까.


“선생님, 이 부분에서 손가락이 잘 안 움직이는데 혹시 코드를 잘 바꾸는 방법이 있나요?”


“…그 부분을 10번 반복해 볼까요?”


왔다갔다 갔다왔다 5번만 반복해도 손가락이 이전보다 수월하게 움직였다. 요즘은 베짱이 연습을 버리고 구간 반복으로 연습한다. 남이 보면 어제랑 비슷해 보이겠지만 나는 안다. 확실히 0.2초 더 잽싸졌다. 어려운 일은 반복으로 할 만한 일이 되고, 10분이더라도 매일 하는 행동은 내 몸에 쌓인다. 누르면 아린 굳은살은 그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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