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크게 부르질 못해
저 멀리 있는 친구를 부를까 말까. 난 보통 안 부른다. 크게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크게 부르면 내 친구 아닌 사람들도 내 목소리를 들을 테고, 에어팟을 끼지 않은 사람은 나를 쳐다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주목받는 일은 열심히 피하고 싶다.
발표나 면접 같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크게 말하지 않는다. 문제는 대화가 끊긴다는 거다. 상대방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잘 안 들린다는 신호를 보내고 나는 같은 말을 두 번 한다. 상대방도 나도 답답한 비효율 상황을 내 목소리로 만들고 있다니.
다행히 모든 대화에서 목소리가 작은 건 아니다. 친할수록 편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나오고 안 친하면 개미 소리만치 작은 소리를 낸다. 상대방은 얼마나 답답할까. 근데 나는 안 친한 사람 앞에서 힘주어 말하고 나면 체력이 소진된다. 나는 얼마나 힘들까.
노래를 배우는 첫째 이유는 음악이 좋아서지만, 힘 안 들이고 모두에게 또렷이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또한 걸고 있다. 발성을 배우면, 배운 발성이 습관이 되면 목소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나는 나다. 1월 9일 기준으로 수업을 11번 들었는데 내 목소리는 여전히 작다. 큰 소리를 내는 게 여전히 쑥스럽다.
선생님은 얼마나 답답할까. 소리 힘을 기르려고 한쪽 발로 선 채 무릎도 굽혀 노래하고, 의자에 ㄴ자로 눕듯이 앉아 노래하기도 했다. 인위적으로 복부 힘을 받아 노래하도록 만든 거다. 확실히 소리가 뚜렷하고 단단했다. 그렇게 수업시간에 커진 목소리는 그다음 주 수업을 가면 도루묵이 됐다. 선생님은 노래를 잘하고 싶은 게 맞냐고 물었다. (아마 참다 참다 말했을 터다.)
나도 참 답답했다. 복압으로 소리 내는 연습에 소홀한 나. 11번 본 선생 앞이라 쑥스러움이 추가되면 더 가늘어지는 소리.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쑥스럽다는 이유에 숨는 나를 보며 ’잠깐, 내가 진짜 노래를 잘하고 싶은 게 맞나‘ 나도 선생과 같은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던 차였다.
내 나이 (만) 27살. 목소리 하나 크게 내질 못하는 이 모습 이대로 괜찮은가? 내 답은 네니요…’쑥스럽게 태어난 걸 어떡해’라는 마음 반, ‘쑥스럽다고 숨어서 노래를 잘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가 반의 반, ‘이제 그만 쑥스럽고 싶다’가 반의 반이라서 ‘네+아니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딱 한 가지 일은 노래 계속 배우기. 배운다는 건 노래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연습하는 일.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른다고 상상하며 “저기욧!!!“ 크게 말하고 그 느낌 그대로 노래하는 연습. 하다 보면 저 멀리 있는 친구도 반갑게 부르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