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곱게 내리던 날
업무 이야기인 줄 알았다.
회의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노트와 펜을 챙겼다.
늘 그렇듯
일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팀장님, 후배들을 위해
이제 자리를 좀 양보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양보?
내 자리?
그 단어들이
낯선 사람 이름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설명은 길지 않았다.
회사 사정,
세대교체,
좋은 기회,
감사한 마음.
많은 말이 오갔지만
결국 하나였다.
그만두라는 말.
이상하게도
화가 나기보다 멍했다.
25년을 다닌 회사에서
내 자리는
10분짜리 면담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였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회의실을 나와 복도를 걸을 때
나 외에 모든 것이
좀 전과
다르지 않았다.
회사 창밖은
평소와 똑같이 밝았고
사람들은 커피를 들고 웃고 있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갑자기 퇴근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