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게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초보자용
수채화 세트를 샀다.
순서와 설명이
친절하게 적혀 있어서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인데
그림 한 장이 완성됐다.
생각보다 그럴듯했다.
처음 그린 그림을
예전 동료에게
사진으로 보냈다.
잘 그렸다며,
그녀의 화실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줬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궁둥이 싸움이에요.”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결국 한 장을 완성한다고.
듣고 보니
그림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았다.
회사 생활도, 아이 키우는 일도,
그리고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시간도
결국은 궁둥이 싸움이었다.
나는
잘 그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되어봤으니까.
이번에도 끝까지 앉아 있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