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문으로 나왔다
퇴직동기에게 전화가 왔다.
퇴직하고 뭐 하냐고 물었더니
막내아들 축구 훈련을 따라다니며
아빠 노릇을 한다고 했다.
“백수가 더 바쁘다.”
그가 웃었다.
실업급여는 신청했냐,
재취업은 할 거냐,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우리는 지난 얘기를 했다.
회사가
문 하나를 고르게 했는데
따뜻한 엘리베이터를 탈지,
외벽의 철제 계단을 탈지.
이번에 안 나가면
다음엔 철제 계단일 거라고.
맞아
그랬었지.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같은 날 퇴근한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