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입고 갈 데가 있다는 것

가장 따뜻한 출근 인사였다

by 퇴근한 팀장


둘째를 계획하면서 우리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아이 둘을 키우며 회사를 다니는 일이
우리 힘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친정에서 키우던 첫째도 데리고 왔다.
둘째가 태어난 뒤로는
거의 시어머니가 아이를 키워주셨다.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먹이고,
낮잠을 재우고,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아이 곁에는 늘 시어머니가 계셨다.

아침이면 나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기고
현관으로 나가면

시어머니는 늘 이 말씀을 하셨다.

“아가, 너는 매일 이렇게 차려입고
갈 데가 있어서 얼마나 좋니.”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회사에 가느라 늘 바빴고
시어머니는 집에서 늘 바빴다.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시간을
시어머니에게서 빌려 쓰고 있었던 셈이다.

언젠가 둘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가장 어릴 때가 기억나는 장면이 언제냐고.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네 살쯤이었던 것 같다고.

아침에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오면
부엌 싱크대에서 할머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고 했다.

뒤돌아 서서 무언가를 하고 계신
그 뒷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할머니.” 하고 부르면

“아이고, 일어났어? 어린이집 가야지.”

하고 돌아보시던 장면이 기억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는 회사에 있었던 시간에
우리 아이의 아침은
늘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어머니가
작년 초에 돌아가셨다.

가끔 아침에 옷을 챙겨 입다가
문득 그 말이 떠오른다.

“너는 갖춰 입고 갈 데가 있어서 참 좋겠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내가 받은
가장 따뜻한 출근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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