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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Feb 26. 2016

대학에서 본 사람들

대학에 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이 취미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친구는 기타를 치고 어떤 친구는 노래를 부르고 어떤 친구는 패션에 관심이 많고 그런 식으로 뭘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이 하나씩은 있었고, 심지어 대부분이 그것을 잘하기까지 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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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내가 갖고 있었던 바보 같은 편견 때문이었다 '(소위) 명문대생은 공부밖에 할 줄 모를 거야'라는 편견 말이다 어떤 이유로 이런 생각이 머리에 박힌지는 모르겠지만 어릴적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나도 그걸 철썩같이 믿어 왔다 (바보멍청이!) 물론 다른 한편으로 내게 그들은 '신'과 같은 존재이기도 했지만 그건 1밖에 찾을 수 없는 성적표에 한해서였다 그렇게 한편으로는 무시 아닌 무시를 하고 또 한편으로는 동경을 하면서 그들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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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말로만 듣던 사람들을 만나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사람들의 삶에는 공부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었고 그걸 소중하게 대했다 나는 그게 참 신기하고 부러웠다 어떻게 고등학교 때 다른 일에 관심을 둘 수 있었을까 혼자 생각해보기도 했다 답을 내려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나는 시도해본 적도 심지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는 걸 알게 됐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보단 더 많이 무시했던 그 사람이 나였던 것이다 (쥐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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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내겐 취미라 할 만한 게 없다 뭐라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마음의 여유도 잘 생기지 않을 뿐더러 뭐든 빨리 질리는 병(진짜 싫음ㅡㅡ)이 있어서 좋아하기 전에 지겨워진다 그래서 나는 5년 동안 이 학교 사람들을 봐오면서도 그들이 한결같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엄청난 할 일이 있어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좋아하는 걸 꾸준히 지켜나가는 그 능력이 정말 부럽고 멋지다 내가 (빰빰!) 신나고! 밝은! (빰빰!) 성격이 아니었던 탓에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쉽지만, 같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이래저래 보고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사람들이 앞으로 어딜 가서 무엇을 하든지 좋아하는 걸 지켜나가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히히


졸업 생각하다가 (ㅠㅠ)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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