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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Jul 05. 2018

가끔씩 그 사람을 다시 만나는 상상을 한다


가끔 그 사람 생각이 나는 날에는

영영 가버린 게 아니라 어딘가로 숨어버린 게 아닐까, 의심을 해본다


그 의심은 모든 일이 당연해지는 꿈에서조차도 그 사람을 보고 "왜 여기 있지?"라고 생각했던 때가 떠오르면 곧 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의심이 사라지면 나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 날을 상상하곤 한다


예전에는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못 견딜 것 같았는데 이제는 감히 상상도 하네, 속으로 생각하면서



예전엔 당연하게 반말을 했는데, 다시 만나면 자연스럽게 존대를 하게 될 것 같아


그땐 매일 보는데도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하기 바빴는데, 다시 마주 앉으면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겨우 말 한 마디 꺼내게 될 지도 모르겠네, 뭐 이런 거



상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너무나도 빈약한 생각들 뿐이지만 가끔 이런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이 내게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이제는 함께했던 과거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현재는 달라지지 않고, 미래도 그려지지 않는구나 하면서 씁쓸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도 다음번에 또 그런 상상을 할 수밖에 없다


자꾸만 기억에서 지워지는 과거보다 그 상상이 더 또렷해지길 바라서

내 옆에 절대 있을 수 없는 현재보다 그 미래가 더 확실하게 믿어지면 좋겠어서

천장에서 그 사람 생각이 쏟아지는 밤에 그 언제가로 날 달래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가끔 그 사람을 다시 만날 날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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