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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으로 내가 덜 고통받도록
고통스런 시간을 덜 고통스럽게 보내는 방법
by
상담심리학자 이혜진
Mar 29. 2020
10대 땐 그냥 마음이 괴로웠다. 거의 엄마아빠의 눈치를 보며, 학교에서는 애들 눈치를 보며.
혼자이고 싶지 않아서 그냥 누군가에게 맞춰주느라 마음이 괴로웠다.
20대 땐 조금씩 외부로부터 고통스런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사건에 '던져져서' 허우적대며 사건이 내가 되고 내가 그 사건이 되고.
그냥 아주 폭격을 맞았다고 해야하나. 그냥 침몰했다.
30대 초반엔 살아남고 싶었다. 처음엔 '생존'이었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고 회사를 바꿀수록, 억눌려졌던 야망이 고개를 들고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자, 나는 잘 해내고 싶었다. 그 때 만들어졌다. 완벽주의, 일중독자, 성취와 사람이 주는 친밀감에 중독된 나는.
그리고 만 서른다섯,
암이란다.
출처: pinterest
암에 걸리고나니, 그 전까지 나에게 쏟아졌던 폭격들은 뭐였지? 싶었다.
진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죽음이구나. 싶었다.
나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
그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근데 끝이 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갖가지 질병들, '또 암인가?'하며 고통에 떠는 시간들.
그리고 또 내가 떠안은 사람,
엄마가 아플 지도 모른다는 것.
엄마의 CT를 일주일 앞두고,
설마 엄마도 암이라면?
하면서 고통에 떠는 시간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여기서 난 어떻게 할 것인가? 며칠을 고민하고 우울해하다가 결론이 났다.
어떻게든 또 된다.
나는 해결할 힘이 있다.
그러니 미리 최악을 생각해봤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일단 최악을 생각하는 건, 최악이 오면 해결하면 되고.
이왕이면 좋은 상황을 상상하자.
엄마가 아프지 않다면, 암이 아니라면,
우리는 뭘 같이 할 수 있지?
엄마랑 내가 남은 시간이 얼마인 지 알 순 없지만
짧든 길든 간에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해보자.
그렇게 결론을 내고 나니
상황은 그대로인데 나의 고통의 질이 달라졌다.
나는 오늘을 살 수가 있게 되었고,
나는 또 오늘 내가 할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그렇게 나를 데려오느라 고생 많았다.
나는 결국 또 이렇게 올라올 걸
이젠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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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통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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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자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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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저자
『나를 아프게 한 건 항상 나였다』 저자. 예리함과 따뜻함의 균형을 지키려 노력하는 상담심리사. 다문화상담교육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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