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학으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은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전인가? 수련생 시절에 고등학생 아이들을 만나며 속으로 벌벌 떨던 내가 또렷이 기억난다.
내가 전문가처럼 안보이면 어떡하지?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 아닌가.
전문가가 아닌데 전문가처럼 보이려고 "척"했으니 불안한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때의 난 그렇게 불안해하는 나에게 관대하지 못했다. 그저 질책하면서 두려움에 압도되어 도망갈 궁리만하면서도 도망은 못가고 벌벌 떨면서 결국엔 잘해내고 말았다.
상담사 초년생때는 하필이면 교육컨설팅펌으로 겁없이 입사해서 1년차부터 팀장급 관리자들 앞에서 전문가인"척"했다. 강의가 있는 날이면 강의가 잡힌 날부터 강의시작시간까지 불안장애가 신체화로 나타나 위가 쓰렸다. 강의 가는날은 위장약을 먹어야 강의를 소화할 수 갔었고 강의 후 만족도평가는 1회차에 2점대로 시작해서(정말 못한거다) 20회차쯤 되었을땐 5점만점에 4.9를 찍었다. 약발이 40프로는 된다고생각한다. 그리고 실패하면 안된다는 나의 집착이 50프로쯤.
그렇게 남이 시키는 일을 하며 돈을 벌면서 살다보니 어느새 전문성이 있는척 하지않는 내가 되어있다. 그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죽도록 했다는 것. 뭐가 더 있을까. 그래서 내 몸이 다쳤지만.
다행히 이젠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있는 나로 성장했고
나의 약점도 풀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가 되어 좋다. 방금 마친 상담의 주제가 관계였어서 상담이 끝나고도 여운이 좀 길게 간다.
관계를 잘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불편한 걸 참거나 돌려 말하거나 피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꺼내놓고 거기에 대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그리고 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려주고 또 질문하는것. 그렇게 상호작용하는 것.
그런 연습을 상담자랑 내담자가 함께하면서 실생활에서 만나는 관계에 적용해본다면 우리의 성격은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눈으로 관찰이 가능하다. 진짜 변화는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