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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 우울이 가고있다.

내 안의 긍정성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



이번 우울은 좀 길게 다녀갔다. 하고있는 일의 특성상 마음관리가 생활화 되어있다해서 우울이 찾아오지 않는건 아니다. 여전히 찾아오고, 그 빈도나 강도 혹은 여파가 줄었다는 게 차이점이며 이젠 우울이 찾아오면 찾아온지 인지(cognition)하고 대처(coping)할 뿐 그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기질(temperament)과 환경(family/friends/romantic interaction history)과의 환상의 조합으로 매우 불안정한 20대와 30대를 보내던 중 만 서른넷 생일을 한달 앞두고 암선고에 암진단과 암수술을 순조롭게 마쳤다. 그리고 어느덧 항암치료를 마친지 천일이 되어간다. (날짜를 센 건 아닌데, 한번 날짜계산기에 넣어보고 싶어 두드려보니 곧 천일이란다)


그 동안 생존모드로 살아오는 내가 좀 대견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드는 요즘이다. 여전히 사는 게 쉽지 않다. 예전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날이 많아졌다해서 사는 게 쉬운 건 아니구나, 그것을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중인 것 같다. 힘든 날, 짜증나는 날, 화나는 날, 유독 자신이 없는 날, 이유없이 우울한 날은 계속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흔을 앞둔 내가 나를 돌아봤을 때 잘한 게 꽤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내가 쉬고싶을 때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자율성을 획득한 점

더 이상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타인에게 휘둘리느라, 나의 열정을 쏟으며 일하지 않는다. 받은만큼 일하고, 일할 수 있는만큼 일을 벌리려고 또렷한 의식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쉬고싶을 때 쉬기 위해 계획하고, 내가 온전히 쉬었다 싶을 때까지 쉼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둘째, 내 감정에 휩쓸리도록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 점

예전에는 우울이 찾아오면 “아싸 난 몰랑. 끝까지 가보자~” mode로 주위사람을 피곤하게 했다면, 이젠 내가 수습하려고 노력한다. 내 감정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걸 몸소 실천하려 애쓴다. 그러다보면 결국 수습이 된다. 때론 며칠이 걸릴 때도, 이번처럼 몇주가 걸릴 때도 있지만 어찌됐든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이젠 안다.


셋째, 평생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점

사람의 마음을 듣는 일을 이렇게도 오래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내 마음이힘들어 상담심리학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 때까지만해도 피상적인 관계에 익숙했다. 그러던 내가 이젠 몇 년씩 오래 보며, 마음을 나누는 관계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틈이 나면 함께 모여 마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을 22기째 오픈한 지 3년차,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공간을 만드는데 익숙해졌고, 이 일은 평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두 권의 책을 집필중인데, 그런 엄청난 일을 덜컥 질러버린 나를 참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몇 달을 살았다. 글이 생각만큼 잘 써지지 않았고, 수정의 수정은 나를 지치게 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내가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생각은 “이 책을 쓰고싶은 이유”이다. 즉, 이 책에 대한 목적의식, 그것이 없다면 계속하지 못했을 것 같다.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지만 그 사이에 내가 배우는 것도 많다. 마흔이 되면 두 권 중 한 권은 나왔으면 좋겠는데 과연 가능할 진 모르겠다. 책을 다 쓸 때까진 버거운 일은 맡지도 벌리지도 않아야겠다고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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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Chloe Lee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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