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경 작가님의 글을 처음 알게된 건 지하철 어느 곳을 지나다 우연히 발걸음을 멈춘, 얼마되지 않은 올해 겨울이었습니다. 원래 '사람'을 궁금해하는 저는 글이 좋으면 사람의 인터뷰를 찾아보는데, freegarden이라는 필명의 작가님은 왠지 글만 보고도 사람이 그려졌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브런치를 '구독'하며 그녀의 글을 조용히 읽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첫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일사천리로 예약판매가 시작되었고 망설임없이 구매하였습니다. 그리고 책이 도착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던 그대로 실물도 참 고운 빚깔의 책이 제 손에 들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며칠간 저는 이 책을 감히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 제 마음과 눈에서 눈물이 고일 정도로 제 안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책이라고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열었습니다. 도대체 '신민경'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었을까 너무 기대되는 마음과 동시에 불안이 올라왔습니다. 내가 과연 이 글을 읽고 괜찮을 수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암진단을 받던 3년전 그 때 묵혀뒀던 감정이 건드려지나봅니다. 나는 암수술과 항암치료도 마치고 2년반동안 생존하고 있지만 나 또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살고있나봅니다.
새벽 4시, 암수술 전에는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었지만 암환자가 되고 새벽4시는 저에게도 친숙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암수술로 병원에 입원했던 한달간 새벽 5시 전에는 눈이 뜨도록 병원에서는 5시에 불이켜지고 아침밥을 그렇게도 일찍 주었습니다.)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 퇴원 후에도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눈이 떠집니다. 그렇게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내가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새벽 4시는
잠들지 않으려고 버티는 시간 무릎을 꿇고 엎드려 글을 쓰는 시간 계속 살고 싶어지는 시간이라고 쓰여있는 문구를 보며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그녀에게 새벽 4시는
푹 잠들고 눈뜨는 시간 그리고 개운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글을 쓰는 시간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세상에 꺼내주기를
그래서 그녀의 꿈대로 세상을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도와주기를. 이 첫 책이 이미 그 시작이기를.
책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빼곡한 글이 있을거라 생각했던 예상은 깨지고, 아련하게 인쇄된 사진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왠지 그녀의 목소리가 더 가까이 들릴 것 같은 기대감이 올라왔고, 다음 장을 펼칠 마음의 준비를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그녀처럼 죽기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의 삶도 그 누군가에게 필요할 지 모르니.
무엇보다도 다른사람보다 그녀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그저 세상에 꺼내주면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것을 그녀는 첫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이젠 기꺼이 누군가의 짐이 되어보길.
인내와 끈기를 내려놓아도 그녀의 존재 자체가 어찌되었든 가치 충만하다는 걸 알아가는 하루가 되길.
그렇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참 좋더라는 그런 이야기를 그녀의 다음 책들을 통해 듣고 싶습니다.
덧.
만 서른넷에 유방암을 겪으면서 나는 유방암 환자카페, 동호회 등등에 들어가지 않았다. 간혹 유방암 환자들이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찾아와주시긴 하지만 내가 먼저 다가간 적은 없다. (뭐 유방암 환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서 참 외로운 인생을 살았다만.) 그런데 글을 통해 내 마음의 문 연 신민경 작가님, freegarden님, 부산, 팔공산, 경상도, 아빠, 엄마에게 짜증내는 첫째딸, 그래도 참고 엄마아빠의 노후를 책임지겠단 무모함..그러기 위해 멋진 삶, 반짝반짝한 내가 되고싶었던 마음까지..거울을 보는 줄 알았다.
작가님, 저는 (각오!!)오늘부터 다시 운동 열심히 할게요. 작가님 추천 포도단식도 해볼게요!!작가님은 다음글을 써주셔요 후후<하트> 그런데 포도 제철은 몇월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