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누구의 삶도 틀렸다 말할 수 없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3화 명대사

결혼작사 이혼작곡 3화를 보다 마음이 멈췄다.


제가 아빠 실망시킨 건 있어요
아빠가 아니라고 했는데
굳이 연극영화과 들어갔다가
새로 입시준비하는거요
대학 들어가면 알바하면서 등록금 보탤게요
다시는 실망시키는 일
없게 할게요
아빠도 저희 실망시키지 마세요
실망이라기보단
정말 아프고 슬퍼요
우리가 이런데 엄마는 어떻겠어요

그리고 애잔한 음악이 흐른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고 이혼을 선포한 아빠에게 첫째딸이 울먹이며 호소하는 대사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3화 명대사(넷플릭스 드라마)


어제 나갔다가 우람이 좋아하는 젤라또 사줬는 맛있게 못 먹는거예요
아빠 없이 우리 어떻게 되는거냐고
어떻게 사냐고
부탁이에요 아빠
우람이 제 나이 정도 될 때까지 보류해주세요
그 때도 마음 안 바뀌시면
저희 마음 바꿀게요




결혼작사 이혼작곡 3화 명대사(넷플릭스 드라마)


흔쾌히 아빠 놓아드릴게요
엄마 제가 평생 책임지고 돌볼 테니까
걱정 말고 홀가분하게 떠나셔도 돼요, 그땐





결혼작사 이혼작곡 3화 명대사(넷플릭스 드라마)


이 대사에서 눈물이 흘렀다.


고작 스무살인 첫째딸 입에서 나오는 대사에 내 마음이 얹혀져서.

막둥이 우람이는 또 얼마나 처량한지.

아이들이 저렇게 울면서 아빠에게 이혼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하는 모습을

엄마로서 아내로서 쳐다보는 그 마음은 또 어떨지.



만약 태어나기 전에
이런 조건 알고 선택하는 거였으면
나 아빠 엄마 딸로 안 태어났어요



두 분 의지로 저희 낳으셨어요
엄마아빠 행복 이전에
부모로서 저희한테 최선을 다할 의무, 책임감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든 생각.

과연 부모로서의 최선, 의무, 책임감은 어디까지일까?

이혼한다고 최선, 의무, 책임감을 다하지 않는걸까.


나도 20대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무조건 가족은 함께 살아야하고, 부모님이 이혼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이십대후반까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점점 비뚤어져갔다.


그런데 삼십대후반이 되어 살아가는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그 때 아빠는 그랬구나

그 때 엄마는 그랬구나



이십대 딸들의 마음이 찢어지게 만든 것 자체는 우리에게 미안할 일은 맞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때 그런 선택을 한 나의 부모를 이해하는 서른아홉이 되었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나의 아빠와 엄마가 따로 산다해서 아빠엄마가 내 부모가 아닌 건 아니며

새엄마랑 사는 아빠는 그 어느때보다 안정적으로 보이고

혼자 사는 엄마는 그 어느때보다 자유로워 보인다.


함께 살 때 누리던 그 어떤 것은 깨졌을 지라도

아닌 관계를 정리하고 누릴 수 있는 각자의 삶이 생겼다.


그 삶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나는 아빠도 엄마도 몸과 마음이 편안하길 바란다. 그 뿐이다.


원망할만큼 원망했고

싸울만큼 싸워서 그런지

남은 감정이 이젠 없나보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속 아이들은 어떻게 커갈까.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기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