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우리 집은 시끌시끌하다. 아직 시계도 못 보는 두 살 막내가 6시 30분만 되면 칼같이 눈을 뜬다. 한 명 일어나면 나머지 두 명은 저절로 따라 일어난다. 눈 뜨자마자 뭐가 그리 신나는지 서로 소리 지르며 논다. 왜 아이들은 빨리 자나 늦게 자나 같은 시각에 일어날까? 우리 애들은 언제면 늦잠 자는 효도를 베풀어 주려나? 눈 감고 혼자 궁금해하다 나도 따라 일어난다.
이제 시작이다.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차에 태워서 데려다주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등원 전쟁'이라고 부른다. 둘째가 특히 난이도가 높다. 어느 맘카페 글에서 본 표현이 딱이다. 미운 네 살 아니고 '미친' 네 살. 요즘 둘째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 빵을 줘도 싫다, 밥을 줘도 싫다 한다. 우리집에 없는 것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꼭 그걸 내놓으라고 한다. 머리 묶는 것도 싫고, 내가 골라준 옷도 싫고 양말도 싫단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울기도 한다. 그래도 한 명만 울면 다행이다. 운 나쁜 날엔 세 명이 동시에 울기도 하니까.
나도 좋은 부모이고 싶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얘기하고 싶다. 하지만 쉽지 않다. 땡깡 피우는 아이를 향해 거친 소리를 내면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진다. 눈치 빠른 첫째는 시키기도 않았는데 갑자기 장난감을 치우고 칫솔에 치약을 짜달라며 가지고 온다. 방금 전까지 화를 내던 나는 괜히 멋쩍어 인상을 찌푸린 채로 치약을 짜준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제일 죄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첫째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이것 말고도 첫째가 짠한 이유는 555개 쯤 더 있다.
둘째와 씨름하는 사이 막내는 삶은 달걀을 바닥에 으깨놓는다. 마루 사이에 잔뜩 끼어 있다. 옆을 보니 요거트도 엎질러져 있네. 어디 있나 봤더니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서 음료수 뚜껑 열고 쪽쪽 빨고 있다. 환장할 노릇이다. 내 속도 모르고 씨익 웃는 막내를 들쳐업고 화장실로 향한다. "웃지나 말지 쫌!"
드물게 셋이서 사이좋게 놀 때도 있다. 잠깐 '그래, 셋 낳길 잘했지'하는 생각이 스친다. 곧 현실로 돌아온다. 늦어도 9시 2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다급하게 “자 이제 준비하자” 얘기하면 어김없이 둘째가 다시 운다.
집 밖으로 나오면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어린이집까지 가는 길.
오늘처럼 날씨 좋은 날이면 아이들이 먼저 외친다.
"오늘은 밴(웨건) 타고 가요!"
웨건 타고 가는 길에 꽃도 보고, 빵집도 보고, 곤충도 보고, 구름도 본다. 재잘거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어린이집에 도착한다. 셋 중 둘을 꺼내 어린이집 현관 앞에 내려놓고 서둘러 빠져나온다. 전쟁 1부는 일단 이렇게 일단락.
나보다 등원 전쟁을 자주 치르는 남편은 이제 맷집이 생긴 듯하다.
“요즘은 전쟁까진 아니야. 한 분쟁 정도?”
하고 웃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