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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희 Nov 28. 2023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깨끗한 공기, 맑고 넓은 하늘, 걸어서 10분이면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의 해변, 셀 수 없는 수많은 별, 게다가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호주에서의 생활이 그리웠다. 비교적 인구 밀도가 훨씬 낮고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생각보다 너무 달콤했달까. 이게 정말 사소한 것 같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함으로써 나타나는 금전적 시간적 소비가 정말 크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국에 돌아갔을 때 체감했다.


예를 들면 옷을 정말 마음대로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있다. 해변에 둘러싸인 동네라서 더 그렇기도 하지만 남자들은 수영복 바지만 여자들은 비키니만 입고서 맨발로 돌아다닌다. 조금만 바람 불고 추워지면 갑자기 패딩을 꺼내 입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커플이 지나갈 때 한 명은 후드에 부츠를 신고 있는데 다른 한 명은 반바지에 맨발이기도 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눈치 보면서 트렌치코트나 롱패딩을 꺼내 입는 한국과는 너무 다르다.


또 호주는 낡고 오래된 차가 정말 많다. 벤을 캠핑카처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사는 친구들도 많다. 심지어 2000년대에 나온 차는 거의 새 차나 다름없다. 요즘에는 테슬라가 많아지긴 했지만 비싼 외제차들이 더 많이 보이는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아마 지금까지 한국에 있었으면 여전히 부모님께 의지하며 함께 살고 있었을 거다. 호주에 다시 돌아오면서 드디어 제대로 독립할 수 있었다. 혼자 살면서 렌트 및 전기세 등 각종 모든 생활비를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 앞으로 비자나 보증금 같은 큰돈이 나가야 할 일이 생기면 빠듯해지기도 하겠지만 경제적으로도 독립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


한국에서 자취를 하면 관리비 및 각종 생활비 때문에 저축하기 굉장히 어렵고 이건 호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급여가 높고 생활의 질이 높아서 개인적으로 호주에서의 주거비용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호주는 급여가 높은 만큼 물가도 비싸지만 요즘 한국 물가를 고려하면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호주가 더 저렴할지도 모르겠다.


가끔씩 20년 넘는 시간을 이미 한 나라에서 보냈는데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나의 comfort zone 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이미 호주에서 목표를 달성했고 호주 안에서도 여기저기 지도를 보지 않고도 찾아갈 수 있게 된다면 더 확실한 성공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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