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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희 Aug 02. 2023

마음이 무거워진 걸까

드디어 첫 번째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딱히 구매한 게 없는데 왜 이렇게 캐리어는 무거워진 건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이 무거워진 걸까. 체크아웃 전날까지 이틀 동안은 비가 엄청 왔었다. 그래서 밀린 빨래를 겨우 말리고 짐을 정리했는데 다행히도 체크아웃 당일은 정말 언제 비가 왔었냐고 묻는 듯이 매우 쨍쨍했다. 우산도 없을뿐더러 사더라도 캐리어 두 개를 끌면서 동시에 우산을 쓰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낑낑대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시드니에 도착한 날에 먹었던 쌀국수집에 갔다. 그때와 똑같은 쌀국수를 시켜 먹었고 이번에는 마지막 면발 하나까지 남김없이 다 먹었다. 10시 체크아웃을 하고 거의 바로 먹은 거라 점심이라고 하기엔 거의 아침에 가까웠지만 너무나도 뿌듯한 선택이었다. 먹고 나서 더 힘을 내서 거의 내 몸무게에 가까운 캐리어를 끌어야 했기 때문에.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를 탔는데 국제 부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탔다. 그중에서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여자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길래 웃어주었더니 엄마아빠랑 떨어져서 굳이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너무 귀여웠다. 아빠랑 독일어로 대화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가방에서 꺼낸 샌드위치를 먹자는 말 같았다. 그렇게 꼬마아이와 계속 눈이 마주치는데 엄마가 대신 나에게 말해주기를 내가 너무 예뻐서 옆에 앉고 싶어 한다나 (ㅜㅜ) 너무 고맙다고 너는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했는데 부끄러워하면서 숨었다. 나는 이제 내릴 때가 되어서 가방을 메니까 아빠한테 저 언니 이제 가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더니 내리기 전에 다시 손 흔들면서 인사하니까 그땐 수줍게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줬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던 아이였다. 절대 나한테 예쁘다해서가 아니라 (ㅋㅋ) 맞은편에 앉아있던 노부부도 흐뭇하게 우리를 쳐다보곤 했다.


저 무거운 아이를 끌고 올라와야 해서 너무 막막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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