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
자기부터 챙겨야 한다. 언제나. 내 밥그릇이 차 있어야 여유가 있을 때 남한테 줄 수 있는 법이다.
난 벌어도 봤고 잃어도 봤다. 잃고 또 벌어봤고, 잃고 얻는 순환의 원이 커져가는 것을 경험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자기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벌 땐 사람 자체가 착해진다. 더 해 주고 싶다. 호구가 되기도 한다.
한 편, 잃기 시작하면 작은 것마저 손에 꽉 쥐게 되고, 무엇이든 뺏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몰론, 모든 것은 결국 항상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에 다시 기대게 될 때, 힘든 상황이라 할지라도 정신은 차릴 수 있게 된다.
정말로 정말로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 때는 인생 살면서 수십 번 정도로 너무 많았지만)
그때 돈보단 무엇을 많이 잃었는지 알아?
자존감이었어. 나를 좋아하지 않았어. 좋아했었던 나의 패러디가 된 나 자신을 매일 마주해야 했어.
나를 너무 안 좋아해서 남들 앞에서 설 때 예전의 나인 척을 하느라고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었어.
연기 못하는 연극인의 라이브 쇼랄 본 적이 있다면, 그 오글거림과 불편함이 무엇인지 대충이라도 느낄 것 같다.
그게 한 때의 나였어.
그 전의 나는 비교적 남을 칭찬하는 것을 무진장 좋아했어. 작은 것도 크게 보는 사람이었어. 진심으로.
'우와, 너 온라인 게임하는 능력 보니까 이 머리로 사업에 투자하면 너 진짜 좆되겠다.'
'우와 목소리 톤 너무 좋다. 너 진짜 쩐다. 이 기프트를 갖고 활용을 잘만 하면 너 누구랑 대화를 해도, 사업 제안을 해도, 이성을 꼬셔도, 넌 네가 원하는 삶을 다양하고 넓게 만들 수 있겠다. 해 봐!'
이런 타입이었고,
시니컬하고, 남이 잘 되는 것을 보기 싫어했던 측근들이 그런 내 모습에 대해서 비아냥 대서, 그 영향이 나에게 크게 다가 온 기억도 있다.
'니는... 너무.. 관대해.. 아무거나 다 쩐대'
그래서 한동안 본래의 나를 가리고 칭찬을 안 하기 시작했던 모습도 봤었다.
잠깐 여담을 털어놨고, 다시 돌아오자.
한창 망가져 있던 나를 옆에서 도와줬던 내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나를 계속 칭찬해줬다.
내가 다시 나를 믿게 해 주려고 했던 의도가 느껴졌다.
따뜻했다.
하지만 속 좁게도 난 그 칭찬들을 티키타카 해주지 못했다.
왜냐면 내가 주면 뺏길 것 같았었어, 그땐.
'난 한 개도 없는데, 어떻게 그걸 남한테 줘.'라는 마음이 있었어, 분명히.
많은 상처들을 치료하고, 붕대를 새로 갈고, 버리고, 뼈를 다시 튼튼하게 만들고, 새로 만들어진 나로 다시 돌아왔다. 아픔의 기억들은 여전히 있다. 대신 더 단단해진 것이라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예전보다는 더 줄 수 있게 되었다.
왜냐면 내 창고 안엔 곡물을 어느 정도 채워놨기 때문에.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다시 가졌기에.
내 밭을 내가 열심히 가꿨기에.
자기만 생각하면 외로운 삶이겠지만,
더워도 추워도 반드시 '자기가 먼저'가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