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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Oct 11. 2020

“네 글은 영혼이 없어. 식빵쪼가리일 뿐이라고!"

서평 잘 쓰는 법

“너의 글은 영혼이 없어. 식빵쪼가리라고!


충격적인 코멘트였다. 각자 쓴 비평에 대해 합평을 하는 첫 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이제 막 문학의 꽃을 피워보려 한 신입생이 싹을 채 틔우기도 전에 씨앗 자체를 뭉개버렸다. 솔직히 내 자랑 같지만 리포트에는 자신이 있었다. 학부 학점은 4,2, 훗날 대학원도 4,3으로 졸업했다. 이 학점의 8할은 리포트였다. 간혹 교양 수업의 경우 시험이 끝나고 모범답안을 보여줄 때가 있었는데 둘 에 한 번꼴로 내 리포트가 기세등등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교수님으로부터 석사 제안을 받기도 했다. 뛰어난 작문 실력은 가지지 못했지만,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내는 것, 주제를 요약하는 것에는 약간의 소질이 있다고 느꼈다. 같은 맥락에서 서평도 리포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파리에서 유학한 탓에 툭하면 불어로 시를 낭송하고, 삼겹살집에 가시던 다른 교수님들과 달리 스테이크를 우아하게 썰어야 하는 이 까다로운 감성 충만 교수의 시선에서 내 글은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파티쉐가 갓 구워 낸 크루아상이 아닌 마트에 파는 네모난 식빵쪼가리였다. 과제는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였는데, 네가 프랑스의 위대한 로맹가리를 모욕했다며 힐난을 퍼부어댔다. 그는 굳이 페루까지 갈 필요도 없이, 좁은 강의실에서 숨 막히는 독설로 내 영혼을 즉사시켰다.


핵심은 색깔이었다. 내 글은 논술학원에서 지도 받은 고등학생이 쓴 독후감이라고. 고유의 특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이런 류의 서평은 누구나 쓸 수 있다가 요지였다. 듣는 내내 눈물이 날 뻔했지만 삼켰다.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 글은 깔끔하게 정리 된 것이 전부인 공산품이었다. 이런 실수는 나뿐만 아니라 주입식 교육을 받은 많은 한국 학생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논리정연하게 풀어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지만 내 의견을 뚜렷하게 표현하기란 쉽지가 않다. 기술은 익히면 되지만, 예술은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불행히도 형식의 틀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만 된 글은 감동을 줄 수 없다. 그것은 마트에 파는 유통기한 긴 식빵이 우리의 미각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과 같다.(애꿎은 비유의 대상이 된 마트표 식빵에게 심심한 사과를 한다. 간혹 맛있는 식빵도 있는데 말이다.)


 서평은 말 그대로 책을 평가하는 것이고 독후감은 감상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최근 들어서는 서평과 독후감에 큰 구분이 없어 보이지만,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어떤 형태의 글이든 그 작가만의 시선이 가미된 글은 돋보일 수 밖에 없다. 교수의 독설이후로 부단히도 나만의 사유에 몰입했다. 어떻게 하면 이 책을 색다른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내 일상에 접목해 볼 수 있을까에 골몰했다. 그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책을 쓴다는 각오와 비슷했다.


여전히 서평에 자신감은 없지만 훈련을 하다보니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새들이 왜 페루 해변에 가서 죽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새들에게는 이곳이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 같은 곳일 수도 있다는 여운만을 남긴다. 서평도 비슷하다. 명확하게 책에 대해 다 말해 줄 필요는 없다. 지나친 친절은 과잉이다. 그보다는 책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 읽는 이에게 책의 의미와 더불어 생각할 거리를 남김과 동시에 이 책을 읽어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실전에서는 쉽지 않음을 잘 안다. 로맹가리는 같은 책에서 ‘바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바다란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한 살아있는 형이상학,
바라볼 때마다 자신을 잊게 해주고 가라앉혀주는 광막함, 다가와 상처를 핥아주고 체념을 부추기는 닿을 수 있는 무한이었다.”.


그가 표현한 바다는 내게 글쓰기였다. 바다의 파도는 때로 비판과 같은 생채기를 남기고, 글쓰기는 비생산적일 뿐이라며 포말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광대한 푸르름을 바라볼 때 마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미지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서다. 나는 오늘도 그 무한의 글쓰기에서 허우적댄다.




서평 쓰는 팁

서평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책 소개, 핵심적인 내용이나 사건을 2~3개 정도 언급, 감상, 작가의 글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1. 책을 읽기 전에 번역서같은 경우 역자 후기/작품해설을 읽는다.

번역가가 이 책을 번역하게된 동기나 작가의 집필 의도, 정보등이 나와있다. 후기는 책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 되어준다.


2. 마음에 드는 글귀나 중요한 부분을 표시하며 읽는다.

요약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책의 챕터별로 주요 줄거리를 한 두 문장정도로 정리하면서 일는 것도 방법이다.


분야별 요약 팁

소설: 이야기가 있으니 기승전결로 요약한다. 서두와 결말을 먼저 쓴 다음에 중간을 요약하는 것이 쉽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인문학, 과학, 전공 서적: 순서대로 쓰기 보다는 핵심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먼저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를 서두에 쓰고 그 다음에 부가적인 지식들을 추가적으로 쓴다. 책을 읽기 전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 혹은 생각과 후에 달라진 점을 비교해서 쓴다.


위인전:소설과 비슷하게 일대기를 중심으로 요약하되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들을 부가한다.


3.  줄거리 요약이 끝났다면 작가에 대해 알아본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작가들이 평행이론처럼 삶과 글이 닮은 경우가 많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와 같은 삶을 살았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 역시 이제는 한물간 작가라고 불리던 헤밍웨이가 노장의 건재함을 알리기위해 만든 페르소나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유난히 돈에 집착했는데 자신이 평생 빚쟁이로 살았던 자신의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렇듯 작가의 생애를 알면 글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예외로 사무엘베케트처럼 조용히 평범한 삶을 살았던 작가도 있긴하다.


4. 관련 논문 및 서평 검색

학술지 재개 논문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웬만한 학위논문들은 데이터베이스가 갖추어져 있어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논문을 통해서 책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서평을 찾아보면서 나의 관점과 비교, 참고한다.

주의  할 점은 지나치게 전문적인 지식을 넣다보면 독자가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 있고 대체 요점이 무엇이지 흐려질 수 있다.


5. 나만의 감상평

서평의 꽃이다. 내가 느낀 감정이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보편적인 감상이면 더욱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좋은 작품은 다양한 해석을 생산한다. 특히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면 더욱 좋다. 가령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무엘 베게트가 2차 세게대전이 끝나기를 기원하며 쓴 글인데, 현재 코로나 종식으로 대입해서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느낀 감상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가되 공감을 얻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서평이 될 수 있다.


피해야 할 독후감 형식

-이 책을 읽게된 동기는~으로 시작하는 고리타분한 글.

-줄거리를 전부 다 말하는 글.


즉 밀땅이다. 좋은 서평은 직설적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글이다. 특히 서평은 유혹하는 글쓰기의 정점에 있다. 보여줄 듯 말듯 호기심을 유도함과 동시에 내가 받은 특별한 감동을 전달함으로써 독자가 내가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다.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이 책의 내용과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서평은 탄생될 수 있다. 밀땅에서 성공하시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0InnAJ3Ig&t=11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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