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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Jan 22. 2021

기록하는 인간은 블로그를 한다

블로그 왕초보를 위한  생생 가이드 10가지 팁!

                                                                                                                                                                             내 생애 첫 기록의 시작은 ‘일기’였다. 누구나 그렇듯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되면서 반강제적인 숙제의 일환으로 시작했지만, 일기 쓰는 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즐기는 쪽이었다. 그날 있었던 일들과 감정들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뭐랄까. 겨우 8살이었지만 내 인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가는 기분이 들어 꽤 호젓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쓴 일기장이 모여 라면상자 세 박스를 가득 채울 때 즈음 이사를 가게 됐다. 이삿날 구태여 그걸 다 가지고 가겠다고 우격다짐을 부렸다. 결국엔 가져와서 내 방 바닥에 한동안 쌓여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어떻게 한 건지 기억조차 잘 나질 않는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입시 전선에 뛰어들면서 일기를 꾸준히 쓰지 못했다. 대신 친구들과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다. 학교에서 매일 보고 집에 와서 통화까지 하는데 무슨 할 말이 또 있어서 그렇게 편지를 썼는지. 시시콜콜 별의별 잡다한 이야기들을 꽃이나 풍경들이 새겨진 편지지에 새겼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친구 몰래 책상 서랍 구석에 편지를 밀어 넣는 재미가 곰살맞았다. 그녀들과 주고받은 편지도 일기장만큼이나 제법 많았는데 기록에 강박아닌 강박이 있는 난 지금까지 그걸 버리지 못하고 모셔두고 있다.


언젠가부터 옛 편지들을 꺼내 읽어보고 친구들한테 기억나느냐며 사진을 보내는 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됐다. 대부분 그때의 행동들은 어리숙했고 시덥지 않은 고민들 투성이지만, 10대의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 탐험대라는 점에서 무척 소중한 물건이 됐다. 만약 모조리 버렸더라면 깔깔대며 추억을 소환하는 소소한 재미를 만끽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애편지도 마찬가지여서 구남친들이 준 물건들은 응당 모조리 다 버렸지만, 이상하게 편지만은 버리지 못했다. 특히 교사였던 구남친이 군대에 있을 때 주고받은  편지는 600여통이 넘는데 (그는 내 편지 덕분에 무슨 포창을 받아서 포상 휴가도 나왔더랬다.) 그걸 다 버리면 그때의 내가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차마 놓아주지 못했다. 그를 못 잊는 게 아니라 그때의 눈부셨던 내 마음이 아까워서 버리질 못했다. 창고에 짐이 넘치니 차라리 사진으로 찍어두고 버리든지 아니면 너네 집에 가져가라는 친정엄마의 핀잔을 들은 척 만 척 하며 친정 창고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에 가면서부터 기록의 무대는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졌다. 싸이월드가 생겼고 이어서 트위터, 페이스북이 유행했다. 유행의 파도를 타고 SNS는 내 기록용 창구가 되었다. 그렇지만 길게 호흡하는 글을 쓴 다기 보다 짤막하게 사진과 단상들을 올리는 정도였기에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다. 20대는 앞만보고 달리느라 바빴다. 옆에도 뒤에도 내가 있었지만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매일이 전쟁 같았던 시간 속에서 기록마저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다시 본격적으로 기록을 시작하게 된 것은 독일에 살게 되면서 부터다.


어쩌면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다른 나라, 독일에서의 삶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을 시작했다. 물론 한국에서보다 시간적 여유가 곱절은 많아진 배경도 있었거니와 더 깊은 속내에는 타국에서 이따금씩 느끼는 답답한 내 마음을 토해내기 위함이 있었다.


독일이라는  낯선 궤도에 맞춰가려 애쓰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썼다.



일기를 쓸 때도 있었지만 소소한 쇼핑이나 독일 생활 정보도 올렸다.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이 행위는 말도 잘 안통하는 외국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에 빠졌던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나의 단상들을 타인도 공감했을 때 묘한 위로를 받았고,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랜선 이웃들과 모종의 끈끈한 유대도 형성됐다. 춥다를 입에 달고 살던 독일 생활이 조금은 덜 스산했던 것은 8할이 블로그였다. 간헐적으로 느꼈던 기록의 힘이 온 몸에서 뜨겁게 혈관처럼 흘렀다.


인간에게 기록이란 삶이자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문자야 말로 인간의 기록 욕구가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유산일 것이다. 그 이전의 시대에도 이집트의 벽화와 상형문자, 울산 반구대의 암각화, 앙코르 와트의 회랑까지, 기록 욕구는 빛나는 역사적 산물을 빚어냈다. 작가들 중 일기를 꾸준히 쓴 사람으로는 대표적으로 톨스토이가 있다.

19세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부적응으로 자퇴를 해야했던 그는 당시의 정신적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9세에 첫 페이지를 장식한 일기는 그가 작은 역사에서 사망하기 직전까지, 63년 동안 이어졌다. 평범한 내 블로그 글쓰기가 위대한 톨스토이만큼 일평생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남보다 특별하지도, 반짝반짝 빛나지도 않는 보통의 삶도 기록하다보면 꽤 괜찮은 페이지들이 더러 보이기 시작한다. 별 볼일 없는 것 같은 내 인생에도 꽃이 피고, 낙엽이 뒹굴고, 비비바람이 불어 닦치고, 눈이 내리고, 때로 무지개가 떴음을 켜켜이 쌓인 기록들이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는 한 사람의 빅데이터가 되어 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써두어야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나이가 들수록 어제의 일도 잘 생각이 안 난다. 쭈글쭈글해져가는 두뇌에 대항해 손가락이 바지런히 움직인다. 속절없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인생을 붙잡고 싶을 때, 나는 기록한다.



 블로그 왕초보를 위한 포스트 작성 팁 10


1. 근면성 탑재

블로그든 브런치든 인스타그램이든 기본적으로 SNS는 꾸준히가 미덕이다. 무엇보다 촬영, 편집, 자막 등 수고로움이 많이 드는 유튜브와 달리 블로그는 그나마 1일 1포스팅이 가능하다.



2. 어떤 주제로 할까?

상업적 홍보 등과 같은 목적이 있어서 시작하는 것이라면 주제를 확실히 하는 것이 좋겠지만 취미로 시작할 경우 일상 자체가 주제이기도 하다. 나의 삶, 내가 갔던 맛집, 내가 산 물건, 요즘 본 책이나 영화 이런 것들을 다양하게 올릴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오래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3. 어투 정하기

일기 쓰듯이 ‘나는~~~했다.’ 독백체로 할지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이웃님들 안녕하세요~!’ 대화체로 할지를 선택한다. 나는 순전히 개인기록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독백하듯이 포스팅을 하고 있다. 반면 홍보나 물건 판매를 이유로 블로그를 시작한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친근하게 말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


4. 사진과 글 편집 (선 사진->후 글쓰기)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다양한 사진은 필수다. 사진은 최소 10장에서 15장 이상을 권하고 싶다. 사진이 많아야 네이버 상위 노출 가능성이 크다. 포스팅을 할 때 사진을 먼저 기승전결에 맞게 올린다. 가령 맛집 포스팅을 한다면 당시 동선 그대로 사진을 올리는 거다. 맛집 가는길->정문->실내 인테리어->메뉴판->음식 순으로 사진을 올린다음 그에 맞게 사진 아래에 글을 쓰면 적어도 기본적인 기승전결의 틀을 갖추게 된다.


요즘엔 네이버도 유튜브에 바짝 대항해서 모멘트, 네이버TV 등을 만들어서 비디오 업로딩을 권장한다.


5. 사람들은 왜 블로그를 찾을까?


블로그 가운데서도 특히 리뷰 같은 경우 입장을 바꿔서 내가 왜 블로그를 찾아보나? 생각해 보는것이 중요하다. 물건을 사기 전 대부분 사람들은 후기를 검색한다. 검색 된 블로그에서 기존 제품 설명 페이지 그대로 포스팅이 되어 있다면 굳이 볼 필요가 없다. 바로 창은 꺼지고 다음 블로그로 검색이 이어진다. 회사 홈페이지나 다른 블로그에서는 볼 수 없는 정보가 있어야 사람들은 내 블로그를 찾는다.


첫째, 왜 이 물건을 샀는지, 혹은 필요했는지 작성한다. 추가로 회사의 가치라든지, 역사 이런 것들을 넣어주면 좋다.가령 빌레로이앤보흐 그릇을 포스팅한다면 과거에 빌레로이앤보흐가 파리의 예술가들과 친했고 그런 예술적 감각을 그릇에 넣었다는 식의 정보를 넣어 준다. 요즘 사람들은 물건도 물건이지만 스토리를 산다. 같은 가격이라면 착한 기업 (EMS 지수가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 발품을 팔아야 알 수 있는 정보들을 구매평과 함께 작성해 주면 훨씬 더 재미있게 글이 전개될 뿐만 아니라 내 글에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둘째 구입 경로, 셋째 솔직한 실사용 장단점, 넷째 추천 여부 순 정도로 글을 작성한다.


6. 편집툴 활용하기

사람들은 내 글을 다 읽지 않는다. 대부분 스크롤을 해서 훑는다. 그렇기 때문에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눈에 들어오기 쉽게 확실히 구분해 줄 필요가 있다.

블로그에는 다양한 편집툴이 있는데 ‘인용구’를 십분 활용해 보자. 따옴표, 꺽새, 괄호 등 다양한 강조 표시를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서 품목별로 구분해 주는 것이 좋고 기본 글 역시 중요한 부분은 굵은색, 큰 글자, 색깔을 다르게 해주자.


7. 노출 빈도를 높여주는 해시테그


해시테그는 초보자일 경우 디테일하게 쓸수록 좋다.이미 이웃 4~5천명 이상의 중상위 블로거라면 해시테그를 다양하게 쓰지 않아도 노출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초보 블로거는 다르다. 단순하게 나라, 물건명, 맛집 이런식으로 해시테그를 건다면 내 블로그는 10페이지는 기본 20~30페이지는 넘어가야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맛집을 예로 들었을 때 #맛집 보다는 #서울맛집, 혹은 더 구체적으로 #공덕동맛집, #공덕동3번출구맛집 이런식으로 미시적 정보로 써 주는 것이 노출 빈도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서울맛집은 이미 상위 블로거들의 포스팅이 과다 노출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초보 블로거일수록 자세하게 해시테그를 작성해 볼 것을 추천한다.


책을 리뷰할 때는 블로그에 ‘글감’이라는 게 있다. 이걸 등록해 주면 네이버 쇼핑에서 책을 검색할 때 책 리뷰로 같이 등록되기 때문에 노출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해시테그에 더불어 본문에도 같은 내용의 단어를 몇 번씩 의식적으로 써 주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8. 연계 글 링크 걸어두기


연계되는 이전 포스팅이 있다면 맨 아래 글 링크를 달아 주면 독자를 잡아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9. 네이버 메인 노출 방법

네이버 메인 화면에 다수 소개가 된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저비용으로 어떤 고가치를 창출했던 포스팅이 인기가 많았다. 가령 식대포함 1천 만원으로 진행한 결혼식, 1백만원으로 독일집 인테리어, 이런 포스팅이 자주 소개되었고 블로그 이웃 증대로 이어졌다.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이디어가 돋보이는 포스팅들이 메인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10. 월간 수익은 얼마?

네이버에도 에드 수익이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좀 늦게 알아서 최근에야 시작했다. 블로그를 작성하면 중간 중간에 관련 광고가 삽입되는 형식이다. 노출 클릭 수에 따라 네이버가 집계해서 정산을 해 주는데 기본 5만원이 넘어야 내 통장에 입금된다.


내 수입의 경우 한달에 5만원이 평균이고 적을 때는 두 달 합쳐서 5~6만원일 때도 있었다.

어떤 포스팅을 올리느냐, 그때그때 화제성, 빈도성에 따라 달라지고 큰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 수익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뭐 안주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보다는 오히려 블로그를 통해서 글쓰기 강좌도 진행하고 어머니 자두를 판매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했다. 어떻게보면 내 블로그에 내가 글을 올린 것이지만 이 부분을 광고로 봤을 때 무료 광고를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수익은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유형적인 수입도 있겠지만 블로그를 하면서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이웃님들과의 유대가 내게는 큰 재산이다. 각자 사는 곳도 생활 방식도 다르지만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들과 서로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음을 느꼈다. 그들과 나눈 시간과 감정의 결은 어떤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무형의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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