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 '확신'

by 여행생활자KAI
“잊지마. 우리 세계는 아주 특별하지.
오직 아름다움만 존재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예술 작품이지.”



게이샤하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영화 <게이샤의 추억>. 서양인의 시선으로 해석한, 지극히 남성적 판타지가 가미된 묘사 때문에 스토리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영화로 인해 게이샤에 대한 흥미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기녀도 아닌 아내도 아닌, 예술을 위해 사는 예술가. 예술을 파는 여자들.. 단어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본의 료칸과 교토의 거리를 오가는 게이샤들을 보노라면 어떤 이유로 그녀들이 게이샤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사방으로 놓인 인생의 길 중 왜 이 길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배경이 된 ‘후시미 이나리 신사’엔 아주 긴 길이 이어져있다. 그리고 그 길 양옆으로 빨간색 도리이 4,000여 개가 입구부터 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다. 나는 출구 없는 길을 무작정 걸어갔다. 형형한 색깔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색으로 만들었다는 도리이 사이를 걸으면 마치 미지의 길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도리이를 경계로 안쪽은 신의 영역이고 바깥은 인간의 영역이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선 어린 시절의 주인공이 도리이 사이를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그 모습은 신과 인간, 기녀와 아내, 가인(歌人)과 범인(凡人)의 경계를 넘나드는 게이샤의 삶을 상징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한끝차이의 경계선을 넘게 됨으로써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인생이란 건 참 얄궂다. 어디가 신의 영역이고 어디가 인간의 영역인지 모를 끝없는 그 길을 걸어 가다보면 나조차 과연 맞게 걸어가고 있는 건지 헛갈리기 시작한다.

대체 끝이 어디에 있는지 걸어가면서도 멈칫멈칫 서게 된다. 계속 걷다보면 현기증이 나올 것만 같다. 여행도, 인생도, 우리는 정해진 길이 정확한지 대조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길을 잃을 수도 있고, 헤맬 수도 있다. 이따금씩 그 길에 서 있는 내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처음 가는 길을 잘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게 길을 걷다보면 때때로 곳곳에 숨어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 베일을 벗고 다가오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척박한 땅에서 발견하게 되는 꽃처럼 예상치 못한 기쁨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기억해야 하는 건 그 길에 대한 ‘확신’이다. 게이샤로서 예인의 길을 걷게 된 그녀들이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중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때때로 흔들릴지라도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라 믿고 나아가는 것’


내가 생각하는 길을 잃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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