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내 마음에 불쑥 침범한 게릴라를 만나는 순간

여행의 이유

by 여행생활자KAI

미국에서 시작된 ‘게릴라 가드닝’ 운동에 대해들은 적이 있다. 버려지고 비어있는 도시 공간에 식물을 심어서 감쪽같이 정원으로 변신 시키는 활동인데, 불쑥 공터에 침범해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놓고 사라져 버린다는 게릴라 가드너들의 이야기가 참신하게 느껴졌다.


가끔 ‘게릴라’처럼 우리의 마음을 침범하는 것들이 있다. 무심코 길에서 들은 음악 한 소절이나 차창 밖으로 바라본 풍경, 지나가며 들은 이야기가 마치 생각의 씨앗처럼 마음에 뿌리를 내려서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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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오후..

우산 하나를 나란히 쓰고 사이좋게 걸어가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이 아이들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한 순간이었겠지만 나에겐 그 모습이 참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작은 우산 안에 들어오는 조그마한 몸, 앙증맞은 걸음걸이, 똑같이 입은 교복, 아이들의 심장에 품은 수많은 꿈들, 모든 게 작기만 한 저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까.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나오는 풍경이었다. 혹시나 잊어질까 카메라로 찍어두고 한참을 저 아이들이 사라 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별것 아닌 사소한 것에 마음이 동했던 순간이었다. 아마 이런 정다운 모습은 한국에서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보지 못했을 뿐. 늘 발걸음을 옮기기에만 급급해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바빠서 앞만 보며 걷기만 했을까. 그랬다.

나는 조금만 걸음을 늦추면, 보이는 것들을 제대로 마주 하기위해 여행을 온 것이었다.

내 마음 속에 잠재된 감동과 여유의 게릴라들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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