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를 정하는 기준
“발칸? 동유럽? 아니야 대륙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자.
호주? 동남아? 아 지카 바이러스만 아니면 남미를 가는 건데.. "
왜 그랬을까.. 원래도 선택장애라는 중병을 앓고 있었지만, 이토록 고민을 많이 한 적은 없었다. ‘휴양하기 좋은 해외여행’,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와 같은 진부한 검색을 수도 없이 해대며 계속해서 여행지를 바꿨다. 만날 때 마다 우리의 여행지는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버나드쇼는 그런 우리를 힐난했다.
'갈팡질팡 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엔 많은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장소에는 개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휴식이나 체험, 쇼핑, 유적지 방문 등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이나 추구하는 인생관이 반영된다. 가장 좋은 여행 장소는 누가 뭐라 하던 내 마음이 동하는 곳이다. 립스틱을 하나 살 때도 계절, 색감, 가격 등을 비교해보다가 결국엔 그냥 끌리는 색을 사는 것처럼, 우리는 많은 이유를 대고 싶어 하지만 직감이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그 땐 여행 자체보다는 그 장소를 가야하는 이유에 집착했다.
굳이 여행 콘셉트를 정하자면 ‘휴식’이었는데 쉼의 장소란 생각하기 나름이어서 그 범위가 너무 넓었다.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끝에 ‘라오스’로 결정을 했다. 유적지나 쇼핑 장소가 극히 적은 지역이었기에 상대적으로 휴식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미나는 동남아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땐, 청춘의 꽃으로 불리는(어느 정도 매스컴의 영향도 있겠지만) 라오스를 가기가 망설여 질 것 같아서였다.
물론 마흔이 되어서 튜빙을 하고, 짚라인을 타고, 카약 투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열정을 다해 그 상황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우리는 그토록 부정했던 나이의 물을 먹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서도 작열하는 여름, 청춘이란 바다에 첨벙 뛰어 들어보고 싶었다.
청춘은 태양과 대결하고/ 빨간 입술이 철철 넘치는..
문병란 시인이 표현한 삶의 여름을 내 몸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청춘의 끝물을 느끼기에 라오스만한 장소도 없었다. 호기어린 열정으로 비엔티안 행 비행기를 끊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갈피를 못 잡았던 그 상황 자체가 처음부터 이번 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알리는 예고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