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배경은 코펜하겐 니하운

by 여행생활자KAI

한 편의 영화 덕택에 어떤 도시를 여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10년도 더 된 그 시절, 영화 <화양연화>를 보고 캄보디아를 갔었다. 남자 주인공이 오래된 석조 건물 구멍사이에 대고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인 뒤 진흙으로 매우는.. 그 상징적인 앙코르 와트에서의 마지막 장면이 잊어지지 않아서였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본 뒤 나의 준세이를 만나겠다는.. 지금 생각해보니 말도 안 되는 꿈을 안고 피렌체로 향했던 적도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온 이유는 영화 <데니쉬 걸>때문이었다. 최초의 트랜스젠더인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삶을 조명한 영화. 주인공인 애드레드메인 그 자체가 작품인 영화이기도 하다. 남자에서 여자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섬세한 감정 선의 변화가 햇빛을 한 몸에 품은 니하운의 정취 속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언젠가 한 번 그 무대를 내 눈으로 조우해 보고 싶었다.


IMG_6408.JPG

시린 겨울, 만나게 된 니하운 운하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정취는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도심 속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 섬세한 붓으로 터치한 듯 알록달록한 색을 입고 늘어선 건물은 한 폭의 수채화였다. 자유로운 섬세한 예술가가 살아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인 도시’ 같았다.

‘낭만’이란 단어에 대한 이미지는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낭만의 언어는 음악이어야 한다거나, 낭만의 배경은 가을이어야 한다거나 혹은 낭만은 의상은 트렌치코트이어야 한다던가.. 소설 <그녀의 콧수염>에서는 “동물적인 낭만이란 없다. 낭만은 언제나 식물적이다.”로 낭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만약 내게 ‘낭만’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풍경으로 묘사하라고 한다면, ‘니하운 운하’를 그릴 것이다. 지금껏 내가 꿈꾸어왔던 낭만과 가장 비슷한 옷을 입은 장소였다.

따뜻한 만남을 부추기는 차가운 공기,

정박하거나 혹은 떠나가는 배들,

각자 다른 색깔이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집들,

고독함을 입었으나 설렘을 신고 추운 공기 속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이런 대비성이야말로 낭만을 극대화 시켜 주는 재료들이었다. 혹시 내게도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히 낭만적인 도시, 코펜하겐의 첫인상이었다.


IMG_6409.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곳엔 끊임없이 서로를 탐하는 젊은 남녀가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