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동력
그곳엔 젊은 남녀가 살고 있었다. 연인은 조금 이른 저녁이면 끊임없이 서로를 탐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 맞은편 건물의 이야기다. 덴마크에 있는 동안 코펜하겐 시내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서 지냈는데 주변 건물 전체가 도로 쪽으로 창이 나 있어서 바로 앞집의 실내가 훤히 다 들여다보였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려고 하는데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는 정사. 저렇게 적나라하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육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와 미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는 내가 도리어 민망한 건 단순히 동서양의 문화 차이일까. 괜한 겸연쩍음과 함께 들었던 생각은 저런 열정이 나에게 남아 있을까? 라는 시시한 물음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사랑의 동력이 시들해졌다. 식었다기보다는 대체적으로 평균 속도로 움직인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리고 그 속력은 꽤나 낮은 편이다.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자기 마음대로 변주하는 사랑의 속성이 싫어서 결혼을 선택한 것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열정’보다 ‘안정’에 마음이 기울었으며 만남, 사랑, 싸움, 이별의 그 패턴이 지겹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은 참 간사해서 심장 간지러운 두근거림, 나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는 열정의 뜨거움, 휘몰아치는 그리움과 같은 미시적인 감정들의 편린이 그리울 때가 있다. 때때로 결혼하지 않은 이들의 연애 담을 들으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물론 다시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같은 선택을 할 것 같기는 하다. 더러 낮은 속도라고 해도 그와 나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은 없기 때문이다. 성석제 작가는 "사랑, 그리고 자전거, 시와 노래는 모두 같은 원리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했다. 그 원리가 바로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인데, 계속 가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연애라는 단어 속에서는 멈출 수도 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 가두게 되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더러 정차하고 싶을지라도 그 이유를 더 고민하고 좀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노력하게 된다. 탑승자가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의 힘은 이처럼 막강하고 무섭다. 섣불리 궤도를 이탈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이란 것역시 끊임없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었다.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야 나아갈 수 있듯, 끊임없는 움직임만이 우리를 앞으로 향하게 한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