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역설은 화수분의 원리에 있었다, 아! 오로라!

by 여행생활자KAI

아이슬란드에 온 첫 번째 이유는 ‘오로라’였다.

백과사전은 오로라를 ‘태양에서 날아온 대전입자가 지구 자기장과 상호작용하여 발생되는 대규모 방전현상’ 이란 아주 거창하고 어려운 단어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런 사전적인 문장보다는 이를테면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지칭했다는 ‘정령들의 춤’같은 조금은 비현실적인 설명이 더 와 닿는 것이 오로라의 존재다.


지구와 태양 간의 상호작용이라고 한정 짓기엔, 오로라가 가진 신비로움은 설명하기 힘든 광활한 황홀경이 있다. 아이슬란드로 출발하기 전부터 오로라 어플과 웹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부지런히 오로라의 이동을 주시했다. 우리가 여행하는 기간 동안의 오로라 지수는 매우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중 하루는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굳이 기대감을 낮추지 않았다.


하지만 예측은 정확했다.

악천후로 시작된 아이슬란드 여행은 시종일관 이어져 결국 악천후로 막을 내렸다. 신은 하늘에서 춤추듯 내려오는 한 편의 마술 같은 그 빛의 향연을 마주할 기회를 내게 허락하지 않았다. 진정 오로라는 신의 은총을 받은 이들만 볼 수 있는 위대한 선물인 것일까.


StockSnap 오로라.jpg


막연히 오로라를 보고 싶어 했던 것은 많은 이들이 일생에 보기 힘든 명장면이라고 입 모아 말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아닌 닿기 어려운 곳, 지금 내가 갖기에 쉽지 않은 것, 저 멀리 있는 신기루를 열망한다. 희소가치가 높을수록 열망 지수도 높아진다.


욕망의 역설은 사라지지 않는 화수분의 원리에 있다.
신기루에 도달했을 때의 만족도 잠시 또 다른 신기루를 찾아 나서는 것이
욕망의 동력이자 속성이다.


나는 오로라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이것은 오로라를 못 본 아쉬움을 욕망의 덧없음으로 덮어 보려한 얕은 수작에 불과했다. 불행히도(?) 오로라에 대한 열망 지수는 여행이 끝난 지금도 최고조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가 다시 한 번 오로라를 보러 올 것이라며, 재방문의 빌미를 확실히 남겨둔 채 아이슬란드를 떠났다.

인정하기 싫지만 결국 나는 욕망을 욕망하는 욕망의 노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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