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람들은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산다고요?

by 여행생활자KAI

오자와 료스케의 <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땐, “음.. 우리나라 사람들은 첫 월급을 타면 ‘내복’을 사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의자’를 산다고? 대체 왜?” 궁금증이 일었다. 의자와 내복의 차이는 두 나라의 사뭇 다른 풍속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덴마크 사람들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들은 의자를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섬세한 시간과 돈을 들여서 갖추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여기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의 바탕을 이룬다. '인생'은 바꿔 말하면 '시간'이고, 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야말로 행복의 원천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북유럽을 여행하기 전까지는 노르딕의 행복 비결 1순위는 ‘복지’라고 여겼다. 복지 정책을 통한 생활의 안정이야말로 행복의 기본 바탕이라는 게 정설이니까. 하지만 그것은 거시적인 관점에 불과했다. 행복의 요인은 복지뿐만 아니라 음식, 책 등 너무나 다양했으며 ‘의자’라는 저자의 주장 역시도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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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라는 개념은 사적이다. 가구들 가운데 주인과 가장 자주 만나는, 완벽한 일체를 이루는 물건이다. 우리가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이 모든 장소는 다름 아닌 의자다. 그러한 성질 때문에 멜로 영화에서는 큐피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에서 가구 디자이너인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처음으로 선물한 것도 의자였다. ‘라이크 크레이(LIKE CRAZY)’라는 간지러운 문구와 함께..


단 한사람을 위해 특별한 의자를 만든다는 것은 당신의 삶을 공유하고 싶다는 표현일 것이며, 나만을 위한 의자를 큰돈을 지불하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공간에 투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고심 끝에 산 의자는 오랫동안 사용자와 함께 하면서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북유럽 사람들은 가구에 흠집이 나면 수선을 하거나 새로 사기 보다는 '이 흠집을 얼마나 멋스럽게 남길까?'를 고민한다고 한다. 흠집역시 하나의 디자인이 된다. 그들은 세월의 흔적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이다.

북유럽을 다니면서 많은 의자들을 마주했다. 디자인 강국다운 이색 의자, 명품 의자는 말할 것도 없었으며 성당, 레스토랑, 휴게실의 의자조차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었고, 군더더기 없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 하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의자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까. 아마도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들었을 테고 때로는 웃음도 눈물도 보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보고 듣지만 묵묵히 자리만 내어주는 의자의 역할은 삶에 지친 우리네에게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나는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다가 잠시 앉아 쉬어 가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 의자에 앉았으며, 의자 자체가 편해 보여서 철퍼덕 퍼질러 앉기도 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결론적으로 의자에 앉는 최종 목적은 ‘쉬기 위함’이다. 그렇게 보니 ‘의자’에게 대단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의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덧붙여 우리 집 거실, 내 자리에 내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놓였다. 내 생을 가만히 지켜봐주는 존재. 마치 아군이 생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비로소 왜 덴마크 사람들이 첫 월급을 타면 의자를 사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첫 월급은 이미 지나도 한 참 지났고.. 삶의 한 가운데 어떤 잊을 수 없는 기념일이 오면 좋은 의자를 하나 사고 싶다.

때로 거친 때로 안락할 내 삶의 산 증인이자 쉼터가 될 의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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