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꼭 행복하세요.

by 여행생활자KAI

그리스 아테네의 레스토랑에서는 악사들이 연주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노천카페 주위를 배회하며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레스토랑에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연주를 하기도 한다.

아테네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 우리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작은 공간의 모퉁이에서 세 남자가 빚어내는 탱고 선율, 그들의 음악 한 가운데.. 빨간 투피스 정장에 빨간 플로피햇으로 멋을 낸 할머니의 춤이 어우러져 보통의 레스토랑을 특별한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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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차려 입고 홀로 춤을 추는 할머니.. 그녀는 멋있어 보였지만 한편으로 고독해보였다. ‘왜 혼자 이곳에서 춤을 추시는 걸까?’ 문득 난생 처음 본 할머니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그녀의 젊은 시절은 그녀가 입고 있는 붉은 투피스만큼이나 찬란했을 것 같다. 괜찮은 남자들도 여럿 만났을 듯하다. 결혼은 했을까? 자녀는 있을까? 어쩌면 가족이 없어서 저녁 이 시간에 혼자 레스토랑에 온 것일지도 몰라. 아니면 사별을 한 것일까?

그런데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을 뭐랄까. 더러 쓸쓸할지라도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몸짓에 배어있었다.


춤사위는 달고 쓴 인생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육체는 하나의 짧은 시를 쓰고 있었다.

격렬한 열정과 깊은 슬픔, 자유로움, 혹은 구속에 대해..


그녀는 춤을 췄고 나는 그저 바라보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공감과 유대의 짧은 연애를 했다. 박수치는 나를 꼬옥 끌어안으며 속삭였던 그녀의 한마디가 그 증거일 것이다.


“꼭 행복하세요”


그 상황은 비현실적이었다. 영화 속 한 장면에 내가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그 한마디는 마치 주술적 힘과도 같아서, 이따금씩 삶이 외로워 질 때 나는 그녀의 춤과 음성을 떠올려 보곤 한다.


꼭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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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행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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