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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전화, 먹먹한 구매

by 강하


동네 마트에서 전화가 왔다.

"주말에 폐업 예정인데 가게에 붙인 공지문을 못 보신 거 같다"며 "미사용 포인트 32,000 포인트가 있으니 폐업 전에 사용하시라"는 안내 전화였다.


아주 오래 전 씁쓸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 브랜드로 운영하던 대형 마트에서 "포인트가 쌓일 수록 적립 누진률이 적용된다"는 안내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수 십만 포인트가 사전 안내도 없이 날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동네의 소형 마트가 폐업을 하는 순간까지 고객에 대한 의무를 다 하는 게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슬그머니 폐업하면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텐데, 일괄적인 문자 공지도 아닌, 직접 전화로 누적 포인트까지 알려주는 마음씀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마트를 찾아 복숭아 한 박스를 사니 아들인 듯한 젊은 청년이 복숭아 한 알 한 알 집어들며 상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여 상한 것은 다른 것으로 교체해 준다.


폐업하면 주인이 바뀌는 것인지 물어 보니, 마트하겠다는 사람이 없단다. 이유는 쿠팡 때문이라고.

큰 기업에 의해 골목상권이 소멸되는 현상을 직접 대하니 참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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