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쯤 아주 가까운 친구 딸로 부터 과메기를 받는다. 사연이 좀 복잡하기에 이 과메기를 받을 때마다 고마움과 함께 안쓰러움이 되새겨진다.
절친의 딸은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여 부모와 거의 절연 상태다. 원인과 과정을 알기에 친구 부부에게 "반대하는 심정을 이해하지만, 끝내 결정된 결과에 대해서는 삶의 주인인 당사자의 결정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수없이 제시했지만 부부의 생각이 워낙 강경했다.
어려서부터 봐왔던 친구의 딸이 부모에게 계속 다가서려 함에도 외면 당하면서 둘이 서로 애정을 갖고 행복한 삶을 꾸리는 게 대견하면서 안타까워 이따금씩 부부를 불러 식사도 하면서 친구의 근황도 전해주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 나나 옆지기에게 연락하며 안부도 묻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내가 과메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는 해마다 이맘 때쯤 과메기를 보내 온다. 시댁이 포항이라 과메기 도매를 하는 지인들이 많다며.
이미 30대 후반인데 정 붙일 데가 없어 그런다고 생각하니 그런 마음씀이 늘 더욱 안쓰럽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도착한 과메기.
지난 여름에도 부부가 휴가차 중국을 다녀 왔다며 고급 고량주 두 병을 가져왔다.
하나는 아빠에게 전해 달라며.
그때 "아빠에게 전할 게 있으면 언제든지 즐겁게 전해줄테니, 앞으로 내 꺼는 준비 안해도 된다."고 하니, "아저씨는 제게 늘 아빠와 함께 1+1이세요."
그 말에 뭉클했는데, 불과 1주일 전에도 와인과 함께 견과류를 전해 왔다. 웬 와인이냐고 물으니, "지난 번 제게 주신 와인 맛있어서 다시 사면서 하나 더 샀어요. 저 한테는 아저씨가 늘 1+1이시잖아요."
그리고,1주일 후 온 과메기다.
과메기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며, "지난 주에 와인 보냈으면 됐지, 이건 또 왜 보냈어?"라고 하니, "와인은 제 꺼 사면서 하나 더 산 거고, 이건 연례행사잖아요."라며 웃는다.
이게 내가 받을 게 아닌데, 그 마음을 알면서도 친구가 받아야 할 복을 가로채는 거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애틋한 마음과 함께 언젠가 그 웃음에 부녀가 함께 나누는 행복이 담기길 늘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