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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Oct 04. 2016

벤츠에 기죽은 독일 첫 날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북유럽 다녀온 걸 정리하려 해도 집중이 안 돼 마냥 손을 놓고 지냈다.

그러다 날도 선선해져 뒤늦게 손을 대려 하니 이젠 귀찮아진다.

그렇게 미룬 게 벌써 석 달.

뒤늦은 복기가 부담스럽지만, 일단 시작을 해야 끌려라도 갈 거 같아 자판을 두드린다.


지난 봄 북유럽의 행적을 더듬어 본다.



[2016년 5월 30일]



출발 하루 전 루프트한자 앱을 통해 미리 체크인을 한 덕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일 처리가 편하다.
수하물을 접수시키고 3층 A구역으로 가 미리 예약한 유럽유심을 수령했다. 

유럽에서 사용할 유심을 검색하면 두 가지가 어긋난다.
사용 기간과 사용 가능한 국가.
사용 기간이 10일 단위로 설정되어 데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독일이 제외된 유심이 많다.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유심을 찾았다.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 가능하며, 부가세 포함 1일 3850원에 데이터 무제한.
아주 만족스럽지만 이 유심은 한 가지 옵션이 있다.

임대 형태이기 때문에 귀국시 공항에서 유심 반납이 의무다. 


자주는 아니지만 인천공항을 제법 이용했음에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제 2터미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주로 국내 항공사를 이용하다보니 1터미널 밖에 몰랐는데, 2터미널도 깔끔하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기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아주 맘에 든다. 


가격은 대한항공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저렴하면서도 좌석 공간과 약간의 차별화를 둔 기내식이 마음에 든다. 



뮌헨을 경유하여 함부르크에 도착한 시각이 7시 반.
먼저 도착한 딸아이가 반갑게 맞는다. 서울이나 뉴욕이 아닌, 제 3지대에서 만나는 느낌은 또 새롭다.

허츠 렌터카 코너를 찾아가 국내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이런 저런 서류에 서명하니
옆 주차장 건물 3층 C구역 LOT NO.52에 가면 차가 있다며 키를 건네준다.

차에 대한 설명은 일체 없다.


알려준 장소에서 차를 찾아 운전석에 앉아 발을 뻗는데, 발이 페달을 못 찾고 허공을 헤매고 있다.
'젠장~ 상견례부터 지들 다리 길다고 기를 죽이나..' 좌석 옆 전동보턴을 눌러 좌석을 앞으로 전진시키는데,
좌석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음에도 내 발은 이제 겨우 페달을 터치할 정도다. 
'어~~ 왜 더 안 나가지? 고장인가?' 당황스런 마음으로 한참을 헤매다, 겨우 의자 밑의 수동식 레버를 찾아 겨우 운전석 세팅을 마쳤다.


여기서 궁금한 거 하나.

벤츠 E 클래스에 수동이 있을 거라 생각도 못 했지만, 전동식 버튼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수동 레버를 찾았을텐데, 왜 두 개를 혼용하여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내가 뒷 좌석에 자리 잡으며 선빵을 날린다.
"이번 여행동안은 지연이가 앞에 앉아서 아빠 도와드려~ 아무래도 나보단 네가 아빠 어시스트하는 게 더 나을 거야."


주차장을 나서 드디어 유럽의 도로에 나선다.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렌터카를 이용한 여행은 처음이라 설렌다.
길도 모르는 낯선 도로와 교통환경에서 과연 앞으로 20여 일을 잘 다닐 수 있을까..


서을에서 렌트해 온 유럽 네비개이션이 있는데, 렌트한 차량에도 내비가 있다.
"적어도 영어 버전은 있겠지.."라며 내비 설정을 검색하던 딸아이가 환성을 지른다.
"어~ 한국어 버전도 있는데~~" 
계기판 설명도 한글로 나오고, 한국어로 방향 설명까지.. 오~ 예~~~  내비게이션이 천군만마다.
차가 좋은 거냐.. 대한민국이 대단한 거냐.. 
이럴 줄 알았으면 돈 들여 내비 렌탈을 할 필요없었는데..     



이번 여정의 첫 숙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체크인 후 숙소에 짐을 옮긴 다음 호텔 식당부터 찾았다. 


독일 본토의 맥주를 지나칠 수 없잖아...

호텔 로고가 새겨진 잔이 아담하다. 


유럽 식단 맞네... 


나도 몰랐던 내 표정 속에 앞 날에 대한 근심 걱정이 다 담겨 있었구나...  


식사를 마치고 모녀가 쉬는 사이 난 주차장으로 간다.
20일 이상 우리를 돌 볼 차와 대화가 필요하다.
조작에 필요한 버튼 등 자동차 기능을 파악하는데 대충 30분이 걸렸다.
차량 매뉴얼이 있지만, 독일어로 돼어 있어 독일어를 모르는 내겐 무용지물.
눈치와 통박으로 마스타.    


그렇게 여행 도착 첫 날 밤은 앞으로 함께 할 자동차와 친구먹기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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