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감가상각

애정은 상대를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by 강하


80년대 말 직장에서 대학생 채용 업무를 담당할 때 이야기다.

이화여대 4학년들을 대상으로 회사설명회를 하는데,
모든 설명을 마친 후, 질문을 받겠다고 하니 한 여학생이 묻는다.

"저게 좋은 직장과 좋은 남자中 선택하라면, 과장님께서는 어떤 것을 권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좋은 직장을 권하겠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물론이지요. 우선... 좋은 직장은 좋은 남자를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좋은 남자라고 해서 좋은 직장을 제공해주기는 어렵습니다. 재벌 2세쯤이 아닌 한...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직장은 모든 게 누진의 개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위도 올라가고, 급여도 많아지고, 퇴직금도 쌓이고, 경력도 다양해지고...
반면에 사랑은 기울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쩔 수 없는 감가상각의 개념이지요.
하나는 누진이 되고, 하나는 감가상각이 된다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라고 답변을 했더니, "재밌네요..." 하며 웃는다.

그 여대생도 몰라서 물은 건 아니었을 게다.


요즘에는... 글쎄...
빨리 감가상각 해버리고 새 걸로 장만한다는 생각들은 아닌지...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저희 예쁘게 사는 모습 지켜봐 주세요." 라며 세간의 모든 관심을 끌며 결혼하고는

몇 년 되지 않아 결별했다는 스타 연예인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시대에 따라 감가상각의 기울기가 점점 가팔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감가상각 기울기의 상수를 낮추는 방법은 없을까?

각기 다른 환경에서 30년 정도를 지낸 사람들이 결합하여 몇 년 사이에 화학적 융합이 되기는 어렵다.

내 기준에 맞추기보다 상대가 살아온 관습을 (존중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 그도 아니면 묵인할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애정이란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해될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