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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Nov 13. 2016

쫄깃쫄깃한 드라이빙의 진수 [트롤스티겐]


그동안 이곳저곳 여행을 하며 기억에 남는 스케일의 상징이 몇 개 있다.
그랜드캐년이라든가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그런데, 트롤스티겐(Trollstigen)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스케일이다.

위에 언급한 곳들이 눈으로만 확인하는 감탄의 스케일이라면, 트롤스티겐은 온몸이 전율을 직접 체험케 한다.


결론부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운전하면서 두려움과 함께 오금이 저린 느낌은 처음이었다.


트롤스티겐을 오르기 전 밑에서 바라본 모습. 오른쪽 폭포가 Stig폭포(StigFoss)다.


트롤스티겐(Trollstigen)의 Troll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에 사는 거인족 요툰의 후예라고 한다.

Stigen은 사다리의 노르웨이 표현으로, 트롤스티겐(Trollstigen)은 트롤이 사용하는 사다리라는 의미인 듯하다.

그러니까 거인 트롤은 이 꼬불꼬불한 길을 사다리 발판 삼아 산을 오르내렸다는 얘긴가 보네.


거인이 아닌 우리는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길이 경사 10도에, 역시 반사경은 없다.
게다가 산의 경사가 가파라서인지 도로의 1/4은 1차선이다. 때문에, 앞을 잘 보고 맞은편에서 차량이 오면 폭이 넓은 곳에서 미리 다려야 하거나,

어쩌다 도로 가운데서 마주치게 되면 가뜩이나 좁은 길을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후진하여 다소나마 폭이 넓은 곳으로 물러서야 한다.


왕복 2차선도 말이 2차선이지, 도로 폭이 좁아 대형 차량이 내려오면 교행을 위해 조금이라도 차를 바깥쪽으로 붙여야 하는데,

옆은 절벽인 데다 가드레일도 유명무실해 자칫 바퀴가 절벽으로 미끄러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

언제부터인가 고소공포증이 생겼지만, 운전하면서 고소공포증을 느꼈던 적은 없었는데, 그만큼 실로 쫄깃쫄깃하다.

오를 땐 긴장감에 주변을 살펴볼 겨를도 없었는데,

트롤스티겐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고서야 Stig폭포(StigFoss)를 중심으로 산 두 개의 능선이 이어진 것임을 알았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봐도 올라온 길이 아찔하고,

전망대의 위치도 아찔하다.

하지만, 올라오는 중간중간 보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고,
정상에 만들어 놓은 카페와 기념품 코너, 그리고, 전망대까지 이르는 길도 정말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

정상 카페의 뒷 모습

정상 기념품 코너의 잘 생긴 청년에게 "어떻게 매일 이 길로 출퇴근을 하느냐.. 심장병 걸리겠다." 니, 씨~익 웃는다.

물은 또 어찌 그리 맑은지..


정상 전망대 위 암벽을 타는 종주코스인데, 길이 너무 좁고 험해 맛만 보고 내려왔다.

우린 여행을 온 거지, 탐험을 온 게 아니니...



노르웨이를 찾는 여행객에게 꼭 권해보고 싶은 곳이다.
단, 운전이 조금 미숙하거나 담력이 약한 경우 직접 운전은 안 하는 게 장수에 도움이 된다.


이 곳을 안 왔다면, 상황을 모르니 후회는 안 했겠지만,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하며 계속 궁금해하고, 그때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 함을 아쉬워했을 거다.
그만큼 말로는 실감과 표현이 어렵다는 얘기.



참 아쉬웠던 건,
그늘로 인해 두 山사이 음영 차가 커서 노출 잡기가 너무 어렵고, 광활한 좌우 폭이 한 컷에 들어오질 않아,

질곡 많은 가파른 경사길의 느낌을 사진으로 제대로 살리질 못 한 거.

그래서 아쉬운 대로 사진 합치기.


오토바이로 여기까지 올라온 저 라이더..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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