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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Nov 14. 2016

오슬로 가는 길

도로에서 느끼는 노르웨이 동서부의 차이


오늘은 온달스네스에서 오슬로까지 장거리 이동을 한다.
장거리라고 해봐야 460km. 서울에서 부산 거리니 규정속도 주행시간 4시간 반,

좀 밟으면 4시간 안쪽의 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운행 여건이 다른 이곳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다.


우선, 여기는 한국과 같은 개념의 고속도로를 한번도 못 봤다.

대부분의 도로가 한국의 지방도로인 왕복 2차선에 제한속도도 60~80km, 마을 근처는 50km인데, 이곳의 운행관습은 어디서나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편이다.
게다가 산악지대로 인해 굴곡이 심한데다, 조도가 낮은 긴 터널이 많아 운전이 매우 조심스럽다.
때문에 운행시간만 6시간 정도를 예상하는데, 중간 식사와 휴식을 감안해 아예 8시간 정도 느긋하게 생각한다.


즐거워야 할 여행에 운전으로 진을 뺄 이유가 없다 싶어 당초 일정은 중간 지점인 릴레함메르에서 하루 묵을 일정이었으나, 노르웨이 첫 날 크리스티안산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만달에서 하루가 지연됐고,

그보다 릴레함메르 보다 스웨덴의 말뫼가 불현듯 나를 유혹한다. 그래서 다소의 운행 부담을 무릅쓰고 숙박일정 재조정.

릴레함메르 숙박 일정을 취소하고 오슬로로 직행하기로 한다.


갑작스런 일정 조정으로 아내가 로드 런치 준비에 바빠졌다.



온달스네스에서 10시 출발.

오슬로까지 내비에 찍힌 거리는 467km.

이제 노르웨이 동부로 접어들면 스케일있는 산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 잠시 차를 세우고 노르웨이 서부의 산세를 바라봤다.



지방도로를 다니다 보면 교회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곳의 교회는 우리와 다른 게 눈에 띈다.

교회를 둘러싼 공동(?) 묘지.

행정적 규제 요인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교회 주변에서 이런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묘지는 혐오시설이라는 선입관으로 인해 주거지역에서 격리되는 게 일반적인데,

유럽에서는 도심 주택가에서도 묘지를 자주 보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묘지가 시신이 부패하는 공간이 아닌, 먼저 간 가족이 가까이서 함께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모양이다.

이 아름다운 곳이 공동묘지(표현이 어색하지만, 한국적 사고에서 달리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곁이라 생각되겠는가..



노르웨이 서부 해안 쪽을 돌다 동부 내륙으로 접어드니 신기할 정도로 변하는 게 있다.

도로 주변의 풍광이 우선 다르다. 내륙이라 물이 별로 없을 수 밖에 없지만, 있더라도 수량(水量)이 다르다.


그보다 큰 차이점은, 쉼터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거.
서부 도로에는 탁자와 화장실이 구비된 쉬어가는 곳이 수시로 나타나는데, 동부는 그런 장소가 나타나질 않는다.

띄엄띄엄 도로 변에 주차공간만 있을 뿐.


화장실을 들렀으면 좋겠는데...  멀리 여러 개의 버스 사인보드가 부착된 건물이 보인다.

버스 사인보드가 많다는 건 버스 환승 장소가 아닌가 싶고, 그렇다면 유동인구가 많을테고, 그럼 화장실도 있겠지..
건물로 접어들어 주차를 하고 찾아보니..  역시 내 촉이 아직은 안 죽었다.

거리상으로 얼추 반은 왔고, 시간도 1시가 됐는데, 마침 건물 외부에 탁자도 있어 내친 김에 점심도 해결했다.

그런데, 불과 두 시간 전에 앉았던 교회가 있던 곳과 기온이 다르다. 바람도 차 지연이가 옷을 껴입었다.

이상하네.. 비스듬하긴 하지만 그래도 남쪽으로 가는데 왜 이리 쌀쌀하고 춥지? 산악 내륙이라 그런가...



식후라 그런지 남은 거리 운전이 무척 힘들다. 밀려오는 졸음은 사전에 준비한 에너지 드링크와 젤리도 약발이 안 먹힌다.

중간에 쉬어가며 릴레함메르를 지나니 근 열흘간 보지 못 했던 현상이 나타난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운행 중 수시로 내 앞뒤에 차가 보이지 않는 황제 운전을 했는데, 이제 앞뒤로 차량 행렬이 끝이 없다.


현대식 빌딩도 보이지만, 가장 큰 변화는 터널.

좁고 어둡고 내벽은 마감 처리도 안 된 데다 웬만하면 5km에 달하던 터널이,

오슬로에 가까워지면서 터널 내부의 폭도 넓어지고, 조명도 환해지고, 정말 우스운 건 내벽 마감처리도 깔끔하다.

길이가 1km 넘는 건 아예 없고.


터널 길이와 폭은 지형의 문제라 치더라도, 어떻게 조명과 내벽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의아하다.

이거 지역 차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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