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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Nov 26. 2016

반가움과 고마움이 겹친 한국식당 [namu]


말뫼 중심가 골목을 지나다 지연이가 의외라는 듯 한 마디 던진다.
"나무?"


영어로 [namu]라는 상호에 외관이 나무로 치장된 걸 보고 순간적으로 한글 상호를 떠올렸다는데, 실제 한식 레스토랑이다.
햐~~ 각 지역을 샅샅이 홅은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한식집을 찾아다니지도 않았지만,

20여일 여러 곳을 다니며 한번도 한식집을 본 적이 없는데, 말뫼에서 보다니..

원래 점심 식당으로 예정했던 곳이 있었지만,
반갑기도 하고, 그보다 한식 메뉴와 제공되는 형태가 궁금하여 들어갔다.


일단 내부가 생각보다 넓다. 그리고 손님이 제법 많다.


메뉴는 아주 단순하다.

불고기비빔밥, 두부비빔밥, 닭갈비, 돼지고기 수육(우린 그렇게 해석했었다) 네 종류에, 디저트 2종류.

음식 구성이 궁금해 닭갈비를 제외하고 골고루 주문했다. 가격은 비빔밥이 2만 원 정도.

일단, 메인부터 디저트까지 플레이팅이 깔끔하다.
외국에서 접했던 대개의 한식은 대부분 정체성이 애매했다.
형태는 한식인데, 애매하게 현지인 입맛에 맞추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맛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의 맛을 보고는 조금 놀랐다.
우리 입맛에 크게 어색하지 않으면서, 이 정도면 현지인에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손님 중 동양인은 우리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한국적 요소가 많다.

항아리, 부채, 한국어 책 등등..  심지어 붓까지, 한국의 색채가 짙다.

하단에 있는 [현종개수실록]이란 책은 나도 들어본 적이 없는 책인데...

위 책 표지 인물이 이곳 [나무]의 사장인데, 모든 메뉴도 직접 개발했단다.


더 놀란 건, 주인을 직접 만나지는 못 했지만,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이곳 사장은 여섯 살에 스웨덴 가정에 입양되어 성장한 후 한국에서 잠깐 살았다고 한다.
여섯 살이면 참 어렸던 나이에 고국을 떠났음에도, 뿌리에 대한 정을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이 찡하게 와 닿는다.
해준 거 하나 없는 고국이 뭐길래....
그 환경에 있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뿌리에 대한 향수는 본능인가 보다.

참이슬에 하이트 맥주까지.


아무리 한식당이라 해도 서구 생활 스타일이 있는데, 좌식 테이블?

직원에게 이 자리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느냐 물으니, 많이들 이용한단다. 의외네..

촘촘히 준비한 블랙 앤 화이트의 슬리퍼에서 주인의 캐릭터가 보이는 듯하다.


외부는 물론, 메뉴에 까지 한글로 상호를 표기한 걸 보니, 반가움보다 찡한 애틋함이 앞선다.
[나무]에 손님이 많을 걸 보며 참 흐뭇하며 기분이 좋았고, 왠지 고마웠다.




말뫼의 숙소 Art Holm Family Villa Homeaway는 최고였다.

이름에서 보듯 빌라형 펜션인 이곳은 새로 꾸미고 있는 듯, 아직 공사 중인 방도 있다.

그래서인지,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인덕션, 무선주전자, 커피메이커, 식기세척기 등 최신 설비의 주방은 완벽했고,
식사에 필요한 그릇과 여과지가 포함된 원두커피에, 심지어 앞치마까지 준비되어 있다.
욕실에는 세탁기와 세탁물 건조대도 있으며, 샤워시설도 단순 샤워기 하나 뿐이 아닌,

머리 위와 허리 부분에도 다양하게 물줄기를 뿌려주는, 일류 호텔 사우나에나 설치된 멀티 샤워기가 구비되어 있다.


복층 구조로 이층에도 침대가 있고, 각도 조절되는 벽걸이 TV에 옷장까지.
이 정도면 신혼집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하나.. 세탁기가 작동되지 않아 30분 여를 헤맸는데, 수도 파이프가 잠겨 있었다는...


침대 커버와 하다못해 타올 개어놓은 형태까지,
세심한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새 집에서 모든 새 가구로 신혼같은 하루를 묵었다.
머리가 푹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목을 편하게 받쳐준 베개가 제일 탐났다.


주인의 인상도 좋고 배려심도 무척 좋아보인다.
전원 스워치 작동도 일일이 시범을 보이면서, 우리가 묵는 곳이 새로 수리후 첫 투숙객이라며 하나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아침에 꼭 이야기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게다가 아침 식사용으로, 직접 키우는 닭이 낳은 귀한 달걀 6개와 우유 세 통까지 냉장고에 미리 저장해놓은 친절함까지..


이런 완벽한 숙소의 1박 요금은 1,040 스위스 코르네. 환율이 145원쯤이니 대략 15만 원 정도.


여기 주인장, 영어 액센트가 무척 강하고 딱딱한데, 생김새와 웃는 모습은 완전 미스터 빈 아저씨다.


시내 중심가까지 3km.

말뫼를 찾는 이들에겐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노르웨이의 후스타드비카 게스트하우스보다 실내는 작지만, 시설만으로는 이번 여행 숙소 중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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